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명품 스포츠 산업에서 배운다
스포츠 산업을 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골프, 스키, 아이스하키, 야구, 자동차 레이싱 등 거의 모든 스포츠 장비는 선수와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는 점이다. 골프 클럽은 프로 선수의 스윙 데이터를 통해 개선되고, 스키와 아이스하키 장비 역시 선수의 움직임과 경기 상황을 반영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래서 스포츠 브랜드는 스타 선수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 그 제품이 실제 경기 현장에서 검증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악기 역시 본질적으로는 같은 구조를 가진다. 악기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연주가의 손과 호흡, 감각을 통해 완성되는 도구다. 제작 과정에서 연주자의 테크닉과 음향 감각이 반영될 때 비로소 악기는 진정한 성능을 갖추게 된다.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도 대부분 연주자와 제작자의 긴밀한 협업 속에서 발전해 왔다. 제작자는 기술을 제공하고, 연주자는 그 기술을 예술로 증명한다. 이 두 축의 결합이 명품을 만든다.
협업 구조 없이 독불장군 장인이 전부일까?
그러나 유독 K악기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협업 구조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장인의 제작 세계와 연주자의 현장 세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각자의 영역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악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주자가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제작자는 연주 현장의 요구를 이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서로의 자존심과 관행이 벽이 되어 소통을 가로막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같은 문제는 창작 음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작곡가에게 작품은 연주자에 따라 살아나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훌륭한 연주자는 작품을 한 단계 끌어올리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곡의 생명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작곡가와 연주자가 서로 깊이 협업할 때 작품은 더욱 완성도 높은 형태로 발전한다. 결국 예술의 완성도는 협업의 깊이에서 결정된다.
국악과 양악의 조율 과정없이는 K클래식, 연목구어다
특히 K-Classic의 영역에서는 국악과 서양음악의 조율이 중요한 과제다. 국악의 음계와 장단, 악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서양 음악 훈련을 받은 연주자나 지휘자는 작품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연주자들이 한국 창작 작품을 연주하는 데 부담을 느끼거나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음악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 구조의 문제다. 세계의 명품 산업을 보면 기술과 현장의 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나 자동차 산업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스포츠 장비와 명품 제품으로 확장된 사례가 많다. 또 전쟁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 개발된 기술들이 이후 산업과 브랜드로 발전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방수 시계, 고성능 섬유, 정밀 기계 기술 등은 대부분 극한 환경에서의 필요성에서 출발해 오늘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명품은 현장의 필요와 기술의 결합에서
K-Classic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전통 악기와 현대 연주 환경이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연주자, 작곡가, 악기 제작자가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연주자가 K악기를 선택하고, 그 악기로 세계 무대에서 연주할 때 비로소 그 악기의 가치가 입증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K-Classic은 K악기와 동행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악기 제작자와 연주자, 작곡가가 함께 참여하는 테스트 공연, 블라인드 음향 평가, 창작 작품과 악기 개발의 공동 프로젝트 등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될 때 한국 악기는 단순한 전통의 상징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문화 기술로 성장할 것이다.
이같은 구상은 그저 단순한 문화 담론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과 기술, 장인과 연주자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문화 산업 모델에 가깝다. K-Classic이 세계 음악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협업의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K악기와 K-Classic이 서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앞으로 이어질 K-Classic 담론의 중요한 이야기이자, 한국 음악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스토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