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경 시인, 프랑스에서 『황금 성전의 숲』을 열다 — 프랑스 불어 시집 『La forêt du temple d’or』 출간

  • 등록 2026.02.21 14: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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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lassic News 탁계석 비평가 회장 |

 

 

이번 프랑스 출간, 책 제목은 무엇입니까?

 

이번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시집의 제목은 『La forêt du temple d’or』입니다. 한국어로는 『황금 성전의 숲』 또는 『황금 사원의 숲』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프랑스어 원제에서 temple은 특정 종교를 한정하는 의미라기보다, 신성한 공간, 즉 마음과 사유가 머무는 장소를 뜻합니다. 이 단어는 물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 언어와 침묵, 존재의 사유가 교차하는 정신적 공간입니다. 


‘숲’은 개별 시편들이 모여 형성하는 유기적 세계를 상징합니다. 서로 다른 기억과 시간, 생과 소멸의 사유가 겹겹이 자라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이 제목은 종교적 건축물을 넘어 존재의 성스러움과 빛과 침묵이 공존하는 언어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어떻게 선정·출간되었습니까

 

프랑스 문인이자 문학 연구자인 장-피에르 폴라크가 제 시를 접한 뒤 번역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번 출간은 양국 문학적 교류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선정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연과 사찰, 침묵과 존재론적 질문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제 시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지 않고 존재를 성찰하는 구조적 장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결을 지닌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둘째,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지역적 특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감수성으로 확장된다는 점입니다. 자연과 사찰이라는 장소성은 생과 소멸, 시간과 순환이라는 인간 보편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셋째, 프랑스 독자가 낯선 문화적 배경 속에서도 시적 긴장과 상징의 흐름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미지와 리듬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공감을 형성한다는 점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번역자는 제 시가 하나의 ‘황금 성전의 숲’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체가 하나의 사유와 이미지의 숲을 이루었고 하셨습니다.

 

어떤 시들이 수록되었습니까.

 

이번 불어 시집은 제 시 세계를 관통해 온 네 개의 축, 즉 자연(생태), 종교철학 사유, 사랑, 우주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자연은 사유의 근원적 장소로 등장합니다. 바다의 숨결과 산과 나무, 정원의 침묵은 인간 내부의 시간과 기억을 환기하는 매개입니다. 자연은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를 묻는 윤리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종교철학 사유 역시 중요한 축입니다. 첫 시편은 한 스님의 화장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죽음은 종결이 아니라 순환의 일부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의 교리를 설파하지 않습니다. 불교적 세계관은 침묵과 절제의 형식 속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성스러움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기독교나 천주교 등 세계의 많은 종교뿐만 아니라 천지 만물을 통해서도 부분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사랑의 축은 기억과 시간 속에서 재해석됩니다. 상실 이후에 또렷해지는 감정, 스쳐 지나간 인연의 잔광이 시편에 스며 있습니다. 때로는 보다 직접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현실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순간을 드러냅니다.

 

우주적 상상력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재배치합니다.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별빛, 시간의 순환 속에 위치합니다. 정원은 우주의 축소판으로 등장합니다. 이 네 축은 병렬적으로 배열되지 않습니다. 자연은 순환과 연결되고, 순환은 사랑과 만난 뒤 우주적 시간 속에서 재해석됩니다. 그리고 그 우주적 인식은 다시 자연으로 귀환합니다. 시집은 이러한 반복과 회귀의 원형 구조 위에 놓여 있습니다.

 

시 번역자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이번 시집의 번역과 서문을 맡은 이는 장-피에르 폴라크입니다. 그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시인이며 문학 연구자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해 왔고, 프랑스 교육자로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폴라크는 언어의 운율과 이미지의 밀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적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번역에서도 정서적 진폭과 상징의 구조를 프랑스어의 리듬 안에서 재구성해 주었습니다.
서문 「ENTRONS DANS LE TEMPLE DES MOTS」(언어의 성전으로 들어가자)에서 그는 제 시를 “비밀스러운 사원의 문을 여는 경험”에 비유했습니다. 한국적 정서를 보존하면서도 프랑스 독자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율해 주었습니다.

 

작품 세계와 평단의 시각은 어떠합니까.

 

제 작품 세계는 자연과 공간을 존재론적 사유의 장으로 전환하는 데 특징이 있습니다. 사찰과 정원, 바다와 산은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유한성과 시간의 순환을 사유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평단에서는 이를 서정 전통의 확장이자 재구성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우주론적 상상력을 결합한 시학이라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일부 평자들은 이를 ‘공간의 시학’ 또는 ‘침묵의 미학’으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불교적 영역을 깊이 천착해 왔습니다. 국제적 성취 속에서 이번 출간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문화가 세계적 가시성을 얻고 있는 지금, 문학은 문화의 사유 구조를 전달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적 사유는 교리의 체계라기보다 관계적 존재 이해의 방식입니다.
사찰은 종교적 공간이기 이전에 사유의 공간입니다. 이러한 철학적 층위는 기후 위기와 존재의 불안을 겪는 동시대 세계에서 보편적 공명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붙들고 있는 화두는 무엇입니까.

 

최근에는 인류 문명의 방향과 그 균열에 관한 질문을 붙들고 있습니다.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시대에 시는 속도를 거부하는 언어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기술 문명의 과잉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시는 문명을 부정하기보다 잃어버린 감각과 사유의 깊이를 되찾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문화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운영하며 문예창작 강좌와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존재 성찰의 실천적 언어로 경험하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인 초청 낭독회, 사찰 공간에서의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학이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은 어떠합니까.

 

 이번 불어 시선집 출간은 제 시가 세계와 소통하는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출간한 여러 시집들 역시 앞으로 추가 번역을 통해 해외 독자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낭독 행사와 문학 대담 등으로 확장하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개인적인 여건상 직접 방문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루마니아의 한 대학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나 일정상 현지에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화상으로 한국 시와 시조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도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다소 신중하고 소극적인 면이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출간을 계기로 앞으로는 해외 활동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려 합니다. 번역 출간이 실제 교류와 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 시가 인간과 자연, 시간과 문명의 관계를 사유하는 하나의 아름다운 시이자 철학적 언어로 읽히기를 바랍니다. 시가 단지 정서를 표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존재의 관계망을 비추는 사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출간이 서로 다른 문화가 깊이 있게 호흡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장기적 교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학은 깊이로 남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이번 만남이 그 깊이를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석연경은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이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이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둥근 거울』 『우주의 정원』 등이 있으며 시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다.    

 

 

 

탁계석 회장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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