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저승 터미널
욕망이라는 열차를 타고
들판과 계곡, 산과 능선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땀과 눈물, 때론 피를 흘리며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 가지려 했던 청춘.
넘어지고 일어나며 환호도 질렀고
브레이크가 파열되어 병상에 눕기도 했다.
이윽고 확 트인 동해 저 건너
누구에게나 있는 요단강 앞에 닿았다.
마지막 저승 터미널에 사람들이 모였다.
기업가도 장군도 교수도 장사꾼도
표정만 다를 뿐 같은 승객이었다.
호각 소리 —
“다음 역은 입관역.
여기서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삼베옷 하나, 선택은 각자의 몫.”
곧 나룻배가 시신을 실어
수평선 너머로 옮길 것이다.
갈매기는 날고 바다는 반짝이며
세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은 이들은 잠시 묵념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꽃은 바람에 웃고 새는 짝지어 날며
떠나는 자여, 뒤돌아보지 말라.
우리는 생각 없는 길의 먼지처럼 흩어 지리라.
시평 ― 「저승 터미널」
이 시는 삶을 하나의 열차 여행으로 설정한 뒤, 그 종착점을 ‘저승 터미널’이라는 현대적 공간으로 치환한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강·다리·문으로 표현되었으나, 여기서는 종합 터미널·입관역·요단강이 연속된 역(驛)의 체계로 구성된다. 즉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환승이다. 이 설정만으로도 시는 초월적 세계를 신화가 아니라 일상적 감각으로 끌어내린다.
욕망의 서사에서 존재의 서사로
초반부는 철저히 상승의 언어다.
“높이 오르고 싶고 / 멀리 달리고 싶고 /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었네”
여기서 청춘은 매미처럼 울부짖고, 피 흘리며 전진한다. 이때의 열차는 속도와 경쟁의 상징이다. 그러나 요단강 앞에 도달하면서 이 모든 동사는 멈춘다.
더 이상 “달린다”가 아니라 “모인다”가 된다.
개인의 성취 서사가 군상(群像)의 풍경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평등의 공간으로서의 죽음
저승 터미널에는 기업가·장군·교수·장사꾼이 함께 선다.
지위와 서열이 지워진다.
특히 “호주머니 없는 삼베옷”은 소유 개념의 종말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죽음은 형벌이나 비극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위계가 사라지는 절대적 평등의 공간이다.
이 점에서 시는 공포보다 해방의 정서를 품는다.
세계의 무심성과 존재의 소멸
후반부의 자연 묘사는 냉정하다.
갈매기는 날고, 바다는 반짝이고,
가족의 울음도 길지 않다.
이 대목에서 시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내려놓는다.
세계는 인간의 죽음에 반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의 비극성은 감정이 아니라 착각의 붕괴에서 발생한다.
결국 마지막 구절
“생각도 없는 길의 먼지처럼 흩어진다”
는 허무가 아니라, 존재의 비개인화 선언이다.
의미
이 시의 핵심은 죽음이 아니라
욕망의 서사 → 존재의 무게 제거 → 자연의 질서 편입
으로 이어지는 인식 변화에 있다.
저승은 다른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자기 중요성’을 내려놓는 순간 도달하는 인식의 역(驛)이다.
따라서 「저승 터미널」은 장례의 시가 아니라
삶의 과잉을 벗겨내는 정리의 시,
혹은 존재를 가볍게 만드는 철학적 여행기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