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클랑, '고전과 낭만의 경계'를 잇는 피아노 사중주 무대 선보인다

  • 등록 2026.01.31 11: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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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브람스 피아노 사중주로 만나는 '실내악의 깊이'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실내악은 언제나 '관계의 예술'이라 불려 왔다. 독주처럼 한 인물이 전면에 서는 음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과 음색을 지닌 악기들이 긴 호흡 속에서 균형과 긴장을 만들어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오는 2월 2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앙상블 클랑(바이올리니스트 이수아, 비올리스트 이주연, 첼리스트 김인하, 피아니스트 이선미)의 정기연주회는 이러한 실내악의 본질을 가장 정통적인 방식으로 조명하는 무대다. 고전에서 낭만으로 이행하던 시기에 탄생한 두 편의 피아노 사중주를 통해, 음악사적 전환기와 인간 내면의 감정 지형을 동시에 탐색한다.

 

앙상블 클랑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아, 비올리스트 이주연, 첼리스트 김인하, 피아니스트 이선미로 구성된 실내악 팀으로, 지난 2021년 결성 이후 정통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탄탄한 음악적 호흡을 구축해 왔다. 이들은 화려한 기교나 과도한 해석보다는 작품의 구조와 악기 간 관계에 집중하며, 실내악 고유의 밀도와 서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보여 왔다. 이번 정기연주회 역시 이러한 앙상블 클랑의 정체성이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연의 문을 여는 작품은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의 피아노 사중주 B♭장조, Op. 8이다. 베버는 흔히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선구자로 기억되지만, 이 작품은 그의 초기 작곡 시기의 면모를 보여주는 곡으로, 고전주의적 형식미와 낭만적 감수성이 공존한다. 모차르트의 영향이 뚜렷이 느껴지는 명료한 구조와 투명한 선율은 고전적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곳곳에서 감정의 미묘한 흔들림을 드러낸다.

1악장은 밝고 우아한 성격으로 출발하며 네 악기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이어지는 2악장은 내성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고전적 형식 안에서 서정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3악장은 스케르초적 성격이 두드러지며 리듬과 에너지가 살아 움직이고, 4악장은 생동감 넘치는 전개로 작품 전체를 경쾌하게 마무리한다. 베버의 피아노 사중주는 고전과 낭만 사이, 한 작곡가가 시대의 문턱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부에 연주되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제3번 c단조, Op. 60은 분위기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브람스는 이 작품에 대해 “표지에는 관자에 권총을 댄 머리 그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을 만큼, 극도의 정서적 긴장을 담아냈다. 실제로 이 곡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연상시키는 비극성과 내면의 고통이 음악 전반에 깊게 배어 있다.

 

격정적으로 시작하는 1악장은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 속에서 브람스 특유의 농밀한 화성과 리듬을 펼쳐 보인다. 2악장은 첼로의 서정적인 선율이 중심이 되어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 안에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감정의 여운이 남아 있다. 스케르초 성격의 3악장을 지나 마지막 악장에 이르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리듬과 긴장감 속에서 곡은 치열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절제와 격정, 구조와 감정이 치밀하게 교차하는 이 작품은 브람스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앙상블 클랑은 이번 연주회를 통해 고전과 낭만의 경계에서 태어난 두 작품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음악사적 흐름뿐 아니라 인간 감정의 변화 양상까지 함께 조명한다. 베버의 음악이 질서 속에서 감정의 싹을 틔운다면, 브람스의 음악은 그 감정이 얼마나 깊고 치열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네 명의 연주자는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치밀한 호흡으로 하나의 서사를 완성해 나가며, 실내악이 지닌 가장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무대 위에 구현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주회는 화려함보다 깊이를, 속도보다 밀도를 택한 이번 무대는 실내악을 사랑하는 관객은 물론,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전과 낭만의 경계에서 울려 퍼질 네 개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관객의 내면을 두드릴 것이다.

오형석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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