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마스터피스] 맛있는 K가곡이 증명한 것들, 공연장을 ‘식탁’으로 만들다

  • 등록 2025.12.17 06: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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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마스터피스 창작 콘텐츠 해외 문화 마케팅에 활용해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중구 을지로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개최된 3일간의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행복한 K가곡, 맛있는 새로운 요리를 즐기다〉라는 부제를 단 이번 창작 콘서트는 청중과 언론 모두로부터 신선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관객이 즐겁고 만족했다면, 공연은 일단 성공한 것이다. 이는 수치 이전에 경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는 서양 클래식의 반복이 아니었다. 우리 작곡가 여섯 명의 ‘셰프’들이 정성을 다해 차려낸 K가곡의 코스 요리였다. 음악이 ‘설명’이 아니라 ‘체험’이 되었고, 청중은 감상자가 아닌 손님이 되었다.

 

여섯 명의 셰프, 하나의 주방

 

박영란, 김은혜, 임준희, 오숙자, 장은훈, 정덕기. 이 여섯 명의 작곡가가 선보인 작품들은 관객의 ‘맛평가’에서 매우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각각의 작품은 개성이 분명했고, 조리법은 달랐지만 전체 프로그램 안에서 조화로운 코스로 완성되었다. 이것이 바로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한 곡의 히트가 아니라, 한 상 차림의 완성도. 관객은 특정 작품만 기억한 것이 아니라,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관객의 박수와 티켓 판매 사이의 거리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티켓 판매라는 기대값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예술은 늘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작품의 완성도와 시장의 반응은 왜 시간차를 갖는가.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ESG 경영, 지역 문화재단, 극장과의 중장기 협업이 필수적이다.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브랜드와 신뢰를 함께 쌓아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공공기금 없이 만든 선순환의 첫 모델

 

이번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분명하다. 푸르지오 아트홀, 현대문화기획, 굿스테이지, 몽후기획이 협업하여 공공기금 지원 없이 프로젝트를 완주했다는 점이다. 이는 아직 작지만,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의 씨앗이다. 기업이 신선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과의 정서적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것이야말로 ESG의 문화적 실천이다. 늘 식상한 레퍼토리에 지친 ‘대중식당형 공연’에서 벗어나야 관객도 살아나고, 극장도 산다.

 

고정관념을 깨야 시장이 열린다

 

기업, 극장, 관객, 행정. 그 어느 쪽이든 자신이 아는 만큼만 세상을 판단하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도와 실험 없이 안전만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매너리즘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다. 소문난 맛집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스터피스의 ‘주방장’들이 땀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조리법을 바꾸기 때문이다.

 

K-푸드가 증명한 것, K-가곡도 가능하다

 

이미 한류는 푸드 산업에서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다. 해외 시장에서 각광받는 K-푸드 브랜드들을 보라.

 

CJ제일제당(비비고 만두)

풀무원

오뚜기

농심

대상 종가 김치

동원F&B

삼양식품

롯데푸드

해태제과

도투락(DoDurak) 만두


이들 기업이 해외 마케팅에서 ‘한국의 맛’을 이야기하듯, K가곡 역시 한국의 정서와 언어, 스토리를 담은 문화 상품이다. 만약 이러한 기업들이 마스터피스 페스티벌과 같은 창작 콘텐츠를 해외 문화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이는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음악은 브랜드에 품격을 더하고, 브랜드는 음악에 지속성을 제공한다.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은 묻는다. “예술은 여전히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가?” 이번 3일간의 답은 분명했다. 그렇다. 다만, 맛있게 요리될 때. 이제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이 맛을 더 많은 식탁으로 옮기는 일이다. 

 

탁계석 회장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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