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 등록 2025.11.16 21: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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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동아창작국악제, 새로운 지평을 여는 뉴 파워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전인평 원로 작곡가)

 

세상의 모든 일은 과정이 있고, 예술은 그 험한 과정의 끝판왕이다. 창작자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실패, 도전, 우연, 연습, 절망,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반복이 쌓여야 한다. 그 험난한 길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출발선에선 엄청 많지만 끝까지 도달해 생존하는 이는 극소수다.

 

그래서 콩쿠르는 치열한 과정의 첫 번째 인증서일 뿐이다. 콩쿠르를 통과했다는 것은 강을 건너 새로운 창작의 땅에 발을 딛는 과정의 한 단계이지 결코 종착지가 아니다. 그러므로 콩쿠르에서 필요했던 미세한 기술, 혁신과 창의, 관습, 전략은 그 뗏목과 함께 떠나보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사람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음악을 찾아야 한다. 특히 작곡은 그 음악을 들어 줄 청중이 필요하다. 청중을 고려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특히 창작 관현악곡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처절한 심경이다. 그토록 고생하여 쓴 작품이 초연(初演)이 종연(終演)이 되는 음악이 얼마나 많은가? 이처럼 뗏목에 집착하면 예술가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콩쿠르 우승자를 배출한 나라다. 세계 4대 콩쿠르(쇼팽· 퀸엘리자베스· 차이코프스키·반 클라이번) 중 어느 곳에서도 한국인은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콩쿠르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여기에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많은 우승자들은 다 어디에 갔는가? 답은 냉혹하다. 콩쿠르 이후의 세상은 더 험난하다. 콩쿠르가 개인의 열정과 노력 산물이었다면, 실제 시장은 그 보다 더 다양한 것들이 필요한 생존 경쟁의 장이다. 마치 아마에서 프로로의 전향과 같은 자세와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세계 4대 콩쿠르에 견줄 ‘한국형 콩쿠르’ 위상, 우리가 세워야

 

동아콩쿠르는 국악 분야에서 특히 독보적인 산맥을 만들어왔다. 1,500명이 넘는 입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규모이자, 한국 전통 음악의 명맥을 현대 창작과 연결한 거대한 플랫폼이다. 그러나 이제는 동아창작국악제가 세계적 기준에 견줄 수 있는 독자적 콩쿠르 위상으로 재편성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1. 한국 국악과 창작국악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2. K-Pop을 넘어 K-Classic, K-Arts가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3. 세계는 ‘한국 음악의 정체성’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창작국악제는 단지 하나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한국형 창작국악의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뉴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작품과 연주의 완성도다. 그래서 작품과 연주자는 실과 바늘의 운명적 관계인데 이번 국악제가 그 중요한 포인터를 엮은 것이다. 평론가가 눈여겨본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입상자 전체가 팀워크를 이룬 점, 콩쿠르 전에도 후에도 만난 적이 거의 없는 창작 생태계에서 이런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서로를 볼수 있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음악사에서도 보기 드문 시도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이제 “혼자서 장인"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대학에 줄 서는 것도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집단의 에너지가 문화를 만든다.” 작곡가·연주자·지휘자·평론가·기획자·무대·미디어가 결합하는 ‘총체적 예술’이 새로운 시대의 문법이다. 그것이 꼭 영화나 뮤지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순수 클래식이나 국악 창작에 본격적인 매니저가 붙는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K-Arts·K-Classic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수출 동력이 되라

 

콩쿠르에서 입상은 시작일 뿐이다. 자신의 음악을 기록하고, 작품을 지속적으로 유통시키고,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기업, 지자체와도 연결해 무대를 확장해야 한다. K-Arts, K-Classic은 분명히 글로벌 수출 상품이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 어느듯 세계는 한국 작곡가의 감각, 한국 연주자의 실력, 한국 문화의 미학을 원한다. 창작 국악은 이 흐름에 가장 앞서 있다. 그래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를 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은 것이여!'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끼리 끼리의 국악이 아닌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고 융합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시장을 나가는데 상대 문화에 무관심하다면 매너가 아니다. 음악 양식을 만들 때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만들어가야 하는 상대성 이론(?)이 필요하다.

 

최고의 드림팀, 동아국악콩쿠르 입상자들이 엮은 음악회

 

이번 제1회 동아창작국악제는 동아국악콩크루에 입상한 작곡자와 연주자들의 콜라보레이션이다. 가히 최고의 드림팀의 연주회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동아창작국악제는 한국형 작곡가 발굴, 탁월한 창작국악 레퍼토리 생산, 해외 오케스트라·앙상블과의 협연, K-Classic 브랜드의 주력 콘텐츠가 갖추는 잠재력이 되어야 한다. 동아창작국악제가 단순한 콩쿠르 입상자의 모임이 아니라 해외 진출을 견인하는 생산 공장(Factory)이어야 한다.

 

콩쿠르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라! 기업도,사회도, 예술투자가 사회공헌

 

이처럼 콩쿠르는 지난한 과정이지만,시장·경영·공연·기획·협업 등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AI 시대, 멀티 플랫폼 시대는 슈베르트·브람스처럼 혼자 방에 틀어 박혀 존재하는 시대가 아니다. 또한 예술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사회·재단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때문에 오늘 한국의 대부분기업들의 사회 공헌, ESG 경영 컨셉에도 시각 변화가 있어야 겠다. 언제까지 생필품 전달, 저소득 이웃만을 사회 공헌의 전부로 여길 것인가.

 

세계의 문화도시들은 모두 기업 후원, 재단의 장기적 펀딩, 시민 자발적 문화 투자 위에 세워 졌다. 동아창작국악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장되기 위해서 기업·지자체·문화재단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예술 생태계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어야 한다.

 

콩쿠르가 끝나면 콩쿠르를 넘어서라

 

콩쿠르의 정신은 살리되, 판을 바꿔야 한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고 새로운 예술의 땅을 개척해야 하는 이유다. 동아창작국악제가 바로 그 새로운 땅이자, 소통되는 창작 능력으로 한국 음악사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콩쿠르 입상은 예술가로서 자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자격증일 뿐이다. 산발 끈을 다시 묶고, 진짜 마라톤이 시작된다. 이 날(11월 13일, 14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린 이틀간의 콘서트는 마치 올림픽 출정 선수들을 보는 것 같아 가슴 벅찬 날이었다.

 

고문위원 

전인평. 임준희. 안현정. 김성근

 

동아작곡가회

김사라. 박소정. 전우림. 최민준. 최지운. 김다원. 김주리. 선중규. 정 혁. 최은아. 황승민

 

동아국악앙상불

가야금 김민성. 박소민. 이보경. 김지원. 박예정

거문고 김혁수. 김민서. 유선진. 문성현. 정서원

대금 고수연. 이헌준. 류수빈. 정가 신윤솔. 피리 김현승. 해금 김수민. 고현서.  황연정

아쟁 이혜리. 판소리 김경헌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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