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하순봉 작곡가
"교향곡을 두 곡 연주하는 편성하는 모험
음악적으로 관객의 공감 얻어 대성공을
부산 시민으로써 굉장한 자긍심을 느껴"
얼마전 부산콘서트홀이 새롭게 개관을 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가 부산의 작곡가 하순봉에게 교향곡 작곡위촉을 해 '부산'이란 교향곡으로 세계 초연을 했다. 우리나라에 교향곡 작곡 뿐만아니라 위촉을 해 연주까지 하는 일은 드물다. 가뜩이나 전국의 시립교향악단이 서양 곡들만 매번 연주하는 것에 대해 항상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본지로서는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번 연주는 시립이 아닌 순수 민간 단체에서 행해진 연주라 그 의미가 크다. 부산의 작곡가 '하순봉'을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 우리 창작사에서 '교향곡'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다. 교향곡 부산의 태동 배경이 궁금하다.
부산음악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세계적 수준의 연주홀인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이 그 주동기였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개관기념의 많은 음악회에서 우리의 창작곡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산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BSO)의 음악감독 오충근 지휘자는 “이런 기념비적인 사건에 우리의 창작곡이 연주되지 않고 서구의 음악만을 재탕하는 것이냐?”라고 개탄을 하면서 창작곡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결국 나에게 위촉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간 창작관현악의 경우 10분 내외의 서곡같은 곡들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BSO는 오랜 시간 나와 작품으로 서로간에 신뢰가 쌓이긴 했으나 이번 같이 곡의 규모나 교향곡을 두 곡 연주하는 편성 등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사실 모험이 따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향곡 부산’의 초연은 창작곡이란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음악적으로도 관객의 공감을 얻으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오충근 지휘 부산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산콘서트홀)
- 작품의 구성과 작곡가가 담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2개의 악장에 담았다고 했는데 각 악장의 내용을 설명해 주기 바란다.
먼저 교향곡하면 장황하고 작곡가의 지나친 주관적 감정의 이입 등 지겨운 이미지도 있다. 그러나 교향곡이 주는 장엄미나 숭고미, 웅대한 서사는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가 없다. 나는 그런 장황한 전개와 전통적인 주제노작의 집요한 발전은 피하고 계속 신선한 주제가 모자이크식으로 나열되는 그런 구성을 취하였다. 그래서 악장도 2악장으로 압축 했고 전통적 교향곡의 형식도 따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용상 각 악장을 두 부분으로 나눠 사실상 4악장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연주시간도 40여분 정도라 기존의 교향곡들과 그 규모에서도 사실 차이는 없다. 교향시적인 전개와 자유로운 환상곡의 느낌이 강하다.
1악장의 첫 부분 <전설>은 대한민국의 태동과 웅혼한 민족의 기상을 두 번째 <바다>는 대륙의 끝이자 대양의 시작인 바로 이 부산을 상징했고 2악장은 <만가>로 시작한다. 이 만가는 UN공원에 누워 있는 타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나 자신의 애도의 노래이다. 평소 늘 작곡가로서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서 그 고마움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마지막 <축제>는 그간의 질곡과 갈등, 반목을 딛고 모두가 하나되는 한바탕 신명나는 마당놀이이다. 이 악장에선 우리 민족의 특징이자 부산의 특징인 용광로같은 역동성을 최대한 표현하려 하였다. 휘모리, 세산조시와 미니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며 음악은 장엄하게 대미로 치닫는다.
이 곡은 크게 후기낭만의 관현악 어법을 따르고 있으며 선율의 호소력과 화성의 진행 등 전통적 요소를 가장 중시하면서도 비기능적 3화음, 확대된 9,11화음 등 다양한 화성들을 사용해 단순한 복고적인 음향을 피했다. 특히 지나친 실험적인 음향이나 모호한 관념적인 진행은 지양하였다. 전체적으로 후기 낭만의 보편성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하고 거기다 우리 음악의 장단과 한국적 어법들, 악기들의 특수효과나 강력한 불협화음같은 이질적 현대적 어법들을 함께 결합하였다. 평소 나의 음악의 지론인 “세계적 보편성 + 한국적 정체성 + 현대적 시대성”을 비빔밥처럼 섞은 것이 이 작품의 정체성이다.
- 듣고 보니 한 도시의 스토리텔링으로 충분한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작품의 재현성이 관건이 될 것 같다. 관객의 호응, 단원들의 반응, 행정가의 시선도 중요하다고 본다. K-클래식 입장에서 이번 작품에 국악기가 들어 가지 않았다면 우리 것을 어떻게 작품에 녹이게 하였나?
‘부산’이란 타이틀의 교향곡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곡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컸던 것 같고 언론에서도 그 점을 더욱 부각시켰던 것 같다. 단순한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이번 초연은 시민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자긍심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 곡은 부산의 얘기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얘기이기도 하다. 교향곡 두 곡이 동시에 연주되고 더구나 한 곡이 창작곡이라면 너무나 비교가 될 게 뻔한데 의외로 두 곡 다 각자의 개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부산’에 대한 반응은 우리 것이라는 무언가 본능적인 공감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우리 장단이 관현악으로 흐드러지게 전개될 때 우리 국민이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그 어떤 신명을 느꼈다는 후일담이 많았다. 공연 후 주위에선 벌써 “재연이 되어야 한다. 교향곡 2번을 기대한다” 등 고무적인 말들이 많이 들려왔다.
국악기의 도입은 생각보다 신중해야 한다. 특히 정통 오케스트라의 편성에서는 그렇다. 국악기는 음량이나 음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고 무엇보다 이 작품을 외국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경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톰톰이란 악기를 즐겨 사용한다. 장구와 북의 중간소리가 난다. 그 외에 우리의 장단을 많이 쓰고 대위적인 전개에서도 해탄 등 국악의 수법을 즐겨 쓴다. 특히 4도 구성화성을 통해 한국음악의 약점인 화성의 보완을 하고 있다.
-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관현악 작품을 듣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일만큼 귀하다. 재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초연에 머물지 않고 나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작업의 소요 시간과 작업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관현악을 다루는 기술은 결국 작곡가의 궁극의 목표다. 공부를 계속 하고 곡을 더 많이 써 봐야 한다. 창작곡이라고 기득권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 먼저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이 되야 한다. 그 다음 지휘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곡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 이 곡의 재연은 물론 당연히 작곡가로서 바란다. 나아가서는 외국에서 한국을 잘 나타내는 작품으로 연주되면 좋겠다. 작곡기간은 작년 겨울에 위촉을 받고 올 1월부터 시작하여 약 7개월만에 완성하였다. 올해로 학교를 정년을 해서 하루 종일 오롯이 작곡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작품의 완성도에 좋았던거 같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막판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게 힘들었다. 매일 곡만 썼던 옛날 작곡가들이 새삼 더 위대해 보이고 존경스러웠다.
- 이제 칸타타 붐이 시작되는 환경에 접어 들었다. 교향곡에 새 지평은 연 것 같다. 어떤 작곡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기회가 주어지면 계속 교향곡이나 협주곡, 오페라 등 대작을 쓰고 싶다. 가끔씩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어떻게 저렇게 음과 음들이 순수하게 얽힐수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말이 필요없는 절대음들의 경지에 감동하면서 한편 지난 시대의 음악을 그대로 답습할 수 없는 현대의 작곡가들은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궤변을 늘어 놓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 반성을 할때가 있다. 그래서 거대한 담론이나 주장보다는 무엇보다 공감받고 다시 듣고 싶어하는 그런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로 기억되고 싶다.
작곡가 하순봉은 누구?
작곡가 하순봉은 부산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 독일 만하임 음대를 졸업하였으며 스위스 베른 컨설바토리움을 수료하였다. 이상근, P.M.Braun, D.Terzakis를 사사하였다. 대학시절 MBC대학가곡제, 국립합창단 대학생 합창공모등에 당선, 아가페 창작음악제에서 합창곡입선,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네오필, 뉴프라임, 미래필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부산시립합창단 등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작품을 위촉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부산컨서트홀 개관기념 위촉작 「교향곡1번 부산」, 노근리재단위촉 칸타타 「노근리여 영원하라」, 부산시향 공모당선작「Entrainment」, 부산시립합창단 위촉 「청구영언」등이 있다. 2021년 한국음악평론가협회가 발간한 「한국음악작곡가의 작곡기법」의 작곡가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외 부산MBC 클래식 방송 「가정음악실」을 5년간 진행했으며 현재 국제신문의 음악칼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를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음악을 향한 네 개의 시선」, 부활절 칸타타 「열방에 선포하라」, 「하순봉예술가곡집」 등이 있다. 현재 향신회, 한국예술작곡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