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부산 공연 문화주권회의 발족과 도시문화의 미래

  • 등록 2025.10.04 11: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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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세프는 손님에게 최고의 요리로 답해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부산아트센터 
 

문화의 삼각 구조와 균형

 

문화는 창조자, 공급자, 소비자라는 세 축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하게 발전한다. 공급은 넘치는데 소비가 없다면 시장은 곧 위축되고, 반대로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부실하면 문화는 성장의 기회를 놓친다. 특히 예술은 상품과 달리 직접 체험 없이는 가치를 알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전문적 매개자, 평가자, 그리고 이를 시민과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민 공연문화주권은 메세나(기업 및 시민 후원)를 활성화하여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문화는 일부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극장은 예술 요리를 담는 그릇

 

극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예술 요리를 담는 그릇이다. 예술가는 창작이라는 재료로 요리를 하고, 관객은 이를 맛보는 손님이다. 그러나 극장의 품격에 맞지 않는 수준 이하의 공급이 이뤄질 때 시민은 실망하고, 극장의 정체성은 흔들린다. “극장은 건물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을 담는 성전이다”라는 말처럼, 공간은 곧 철학이자 품격이다. 따라서 극장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물건을 파는 편의점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향토 보물을 담아내는 개성 있는 전문식당이 되어야 한다. 창조성이 없는 극장은 결국 중앙 플랫폼의 단순 물류 창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양적 공급에서 질적 공급으로

 

부산은 오페라하우스, 부산콘서트하우스 , 낙동아트센트 등 새로운 공연장이 속속 생겨나며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양적 공급만으로는 시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음식은 소비자의 피드백이 중요하다. 무대 역시 질적 수준과 시민 반응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 그래서 비평과 제안을 수용하는 열린 마인드가 있어야 하며, 공연장은 “콘크리트 성벽이 아니라 시대와 대화하는 창”이 되어야 한다. 특히 수입된 서양 레퍼토리 일변도의 공급은 문화 편식을 낳는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식단이며, 이는 우리 창작물과 전통 콘텐츠가 조화롭게 포함될 때 가능하다. 편식이 건강을 해치듯, 문화도 균형이 중요하다. 도시가 소비만 할 때 개성을 잃고 관광객은 발걸음을 멀리한다.  그 어디서도 볼수 없는  부산만의 매력을 창조해내야 한다. 

 

유럽 선진극장의 사례

 

빈 국립오페라극장(Vienna State Opera) : 레퍼토리 시스템을 통해 매일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수준 높은 비평과 철저한 관객 피드백으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유지한다. 베를린 필하모니홀(Berlin Philharmonie) : 원형 무대 구조와 열린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민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문화 공동체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는 문화 주권의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부산 역시 이들 사례처럼, 지역 정체성을 담은 레퍼토리 개발과 교육을 결합해 세계 무대와 경쟁해야 한다. 지금은 K-Pop과 BTS 세대를 넘어, 중년 관객층이 된 이들이 한국의 K-Arts, K-Classic, K-콘텐츠의 원숙한 무대를 갈망하는 시대다. 

 

낙동아트센터

 

시민 문화주권 전국적으로의 확산되어야 

 

동시에 문화는 행정의 보조금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시민의 문화주권 의식이 성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 토론, 참여적 플랫폼이 절실하다. '부산공연문화주권회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는 곧 전국으로 확산되어 한국형 시민 문화주권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다.

 

세계는 이미 한국을 문화 중심국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제 K-Pop을 넘어 세계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 이것이 문화다. 결국 새로운 극장은 새로운 요리를 담는 셰프의 책임이 매우 막중하며, 시민이 주권자로서 이를 선택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공연문화주권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착공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모습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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