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보물을 캐는 사람들

  • 등록 2025.10.02 0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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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lassic 보물 탐사,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비가 온 뒤 산 사람들은 버섯을 따러 가고, 물이 빠진 바닷가 사람들은 굴을 캐러 나간다. 그렇다면 창작자는 무엇을 캐러 어디로 가야 할까? 바로 전통과 역사, 전설과 민요 속에 묻힌 ‘향토 보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소비하는 시대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야말로 예술의 본령이다. K-Classic이 강조하는 ‘보물 탐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향토 보물이란 무엇인가?

 

향토 보물은 단순한 옛 자취가 아니다. 특정 지역의 역사, 설화, 민요, 시인들의 삶 속에 스며 있는 원형적 문화다. 바르토크가 민요를 “황금”이라 불렀듯이, 우리 땅에도 아직 발굴되지 않은 보물이 가득하다. 그것은 오늘에 맛보지 못한 기억이며, 사라져가는 정서의 잔향이다.

 

누가 발견하고 어떻게 가공해야 하나?

 

이 보물을 발견하는 주체는 창작자와 예술가들이다. 지역 원로와 시인, 민속학자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음악과 무대 언어로 가공해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원석 그대로는 빛나지 않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다듬으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이 되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K-Classic이 지난 13년 동안 칸타타 9편과 오페라 6편의 제작과 한국 대표 작곡가들과 마스터피스를 개척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한 레퍼토리의 확장이 아니라, 무한 경쟁의 국제 질서 속에서 당당한 문화 주권 국가로서의 위상을 세우려는 실행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예술의 힘

 

예술은 본디 가려진 것을 드러내는 힘을 가진다.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예술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 속에서 진실을 드러낸다”고 했다. K-Classic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일이다. 관객이 체험하지 못한 정서를 소리와 무대 위에서 만나게 할 때, 그것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특히 K-Classic이 추진하는 '6대강 칸타타 프로젝트’는 이러한 철학을 집약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강은 역사와 삶, 생존의 터전이자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 장르 융합형 콘텐츠로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 여기에 중요한 사실은 한강은 이미 2012년 칸타타로 제작되어세종문회관대극장에서 초연되었고 이후 칸타타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곡중 '두물머리 사랑'이 널리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은 금강·영산강·섬진강·낙동강·태화강 등 5대강이다. 강의 서사에는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기에, 예술가들이 캐내고 가공하면 무궁무진한 창작의 보고(寶庫)가 된다.

 

개성과 정체성 상실이 인구소멸을 부른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은 즐비한 아파트와 편의점처럼 획일화된 풍경을 보인다. 지역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축제가 사라지면서 젊은 세대는 떠나고, 도시는 활력을 잃는다. 문화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 “정체성을 상실한 공동체는 미래를 잃는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향토 보물을 발굴하고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지역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쟁력이 내수 시장을 살린다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문화는 다시 내수 시장을 견인한다.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가 세계적 명성을 얻었을 때 일본 영화 산업 전체가 살아난 것처럼, K-Classic의 향토 보물 역시 세계적 공감대를 얻으면 국내 문화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프랑스 비평가 기 소르망은 “문화는 수출이 아니라 교류다.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국가만이 세계와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고유한 정서를 담아낸 K-Classic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동시에 지역의 생존을 뒷받침할 수 있다. 우리가 스메타나의 몰다우 강은 알아도 우리들의 강 음악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다면 부끄럽지 않은가. 그래서 K-Classic이 강을 노래하고 예술로 대화하며, 우리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며 글로벌 경쟁력에 나서려는 것이다.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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