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지영에게 듣는다] '매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느끼는 단상'

  • 등록 2025.08.04 17: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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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쏠림에서 벗어나 예술가에 대한 존중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Bethel University Summer Piano Academy Faculty Concert 후에

 

Q.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아진 세상입니다. 피아노라고 다르지 않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A. 이 시대의 화두는 단연코 인공지능(AI)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AI 작곡가(AIVA)가 창작한 교향곡 ‘Genesis’가 연주됐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공연 후 AI 작곡가의 창작곡임이 소개되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테크닉이 AI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면 우리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겪는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연주는 조금은 미완성이고 서툴지라도 절대로 AI가 흉내 내고 빼앗을 수 없는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에 넘어올수록 문화 예술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더 커질 것이고 그럴수록 내가 갖고 있는 보물을 지키기 위해 더욱더 연구하면서 열심히 연습에 임하려고 합니다.

 

Q:한국과 미국을 매년 오가면서 서로의 연주 환경이 다를 수도 있고 또 같은 부분도 있겠지만 앞으로 연주자들이 고민하는 부분, 어떻게 활동을 하면 좋을까요?

 

A. COVID-19 때문에 한국 방문을 못 하다가 2023~2024년에는 AIPAF(Aisa International Piano Academy & Festival with Competition) 음악감독으로 올 해는 Faculty로 초청을 받아서 왔습니다. 매 년 두 달 정도 체류하다보니 연주도 많이 하는데 올 때마다 한국과 미국의 연주 환경이 많이 다름을 느낍니다. 1등만을 인정하고 대중의 쏠림현상이 (유명 음악가들의 관심이) 극심한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는 예술가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합니다.

 

연주가 끝난 뒤 기다렸다가 포옹하고 사진도 함께 찍고 곡과 연주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보통 20~30분 정도 자유롭게 연주자와 함께 합니다. 연주자는 이런 것을 통해 큰 힘을 얻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는 입시교육 위주의 한국에 비해서 고등학교까지 최소 악기 하나씩은 배우고 연주하는 미국교육의 차이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대단한 숨은 연주자들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엘리트 교육이 아닌 일반교육을 통해서 많은 학생들이 접하고 즐기게 되면 클래식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Q:한국 창작곡 레퍼트리의 경험이 있으면서 느끼는 것들도 많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의 반응, 또 이걸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A.몇 년 전 제가 가르치는 University of Wisconsin River Falls에서 한국에서 함께 연주 활동을 한 CM Trio (Piano: 이지영, violin: 김세영, cello: 김지연)를 초청해서 피아졸라 사계를 연주하고 앵콜곡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했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고 곡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혜원 교수님이 이사장으로 계신 한국피아노학회에서 만든 ‘더 피아노21C’ 교재의 미국 보급을 위해 연결해서 University of Wisconsin Superior에서 사용중이고 또한 제가 가르치고 있는 University of Wisconsin River Falls 에서도 보조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아리랑 등 많은 곡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교재를 연구 개발해주신 한국피아노학회에 감사 인사드립니다.


Q:본인이 추구하는 피아노니스트로서 또 피아노와 관계에서 어떤 작업들을 펼쳐 나가고 싶은가요?

 

A.남편이 지어준 제 별명이 ‘피아노 덕후’ 입니다. 무엇인가 한 분야에 빠져서 사는 사람을 일본어로 오타쿠 라고 하는데 그것에 빗대어 내가 피아노에 빠져 사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열심히 연습하려고 노력하는데 육아, 레슨, 강의 준비 때문에 연주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항상 안타깝습니다. 감사하게도 많게는 한 달에 두 세 번 들어오는 초청 연주를 잘 감당하고 한국에 있는 동료 연주자들도 초청해서 함께 연주회를 갖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곧 9월 12일에 제 Eastman, Cincinnati (CCM) 후배인 첼리스트 강남대학교 권새롬 교수를 미국 학교와 콘서트 시리즈에 초청해서 함께 연주합니다. 더불어 Rochester Chamber Music Series, UWRF Coffee Concert 와 Minnesota Concert Series 에서 매년 연주하기에 다채로운 편성과 레퍼토리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 지휘자 Maestro Vladimir Fedoseyev가 지휘하는 Moscow Radio Symphony Orchestra (Tchaikovsky Symphony Orchestra)와 협연

Bethel University Summer Piano Academy 동료 교수들과 함께


1920년대에 지어진 호텔에서 1870년대 만들어진 피아노로 초청 연주

2023년 AIPAF 음악감독으로 초청 받음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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