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물질이 기체 상태에 머무를 때는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흩어지듯, 예술도 유통되지 않고 소비되지 않으면 그저 부유하는 기체에 불과하다. 과학계가 종양 치료제 개발이나 에너지 효율 연구에 예산을 정밀하게 투입하듯, 문화예술계 역시 한정된 자원 속에서 치열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특히 ‘없는 시장’을 새롭게 열어야 하는 K-Classic은 더욱 그렇다. 이미 훌륭한 작품은 많지만,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떠다니는 예술의 기체로 남을 뿐이다.
많은 공연이 일회성으로 끝나고, 순환되지도 지속되지도 못한다. 브랜드는 있지만, 소비자에게 닿지 못하는 ‘접점’과 ‘유입’의 부재가 크나큰 장벽이 된다. 우리가 목격해온 ‘목련화’, ‘향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같은 가곡의 성공은 단지 예술적 성취가 아니라, 시대적 감수성과 대중적 채널이 맞물려 터뜨린 문화적 폭발이었다. 그러나 방송이 주도하던 가곡 운동은 지나갔고, 이제는 성악가조차 “무엇을 불러야 할지” 혼란스러운 시대다. 기술은 탁월하나, 불러야 할 노래가 없는 이 딜레마 앞에서 예술은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 생존할 수 없다.
K-Classic Masterpiece Song Festival은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노래 경연이 아니라, 새로운 가곡 생태계를 구축하고 전문 성악가와 동호인 성악, 작곡가, 기획자와 제작자, 비평가와 플랫폼이 모두 협업하여 ‘산업형 예술 플랫폼’으로 가는 첫 실험이자 출발점이다. 여기서 작곡가는 곡을 만들고, 예술비평가협회는 그 곡들의 의미와 가치를 발굴하며, 푸르지오아트홀은 무대를 제공하고, 현대문화기획은 기획과 매니지먼트를, 굿스테이지는 영상제작과 홍보를 맡는다. 모두가 함께 밥상을 차리면, 성악가는 숟가락만 들고 오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누구도 이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플랫폼의 핵심은 시장과의 연결이다. 단지 ‘좋은 노래’가 아니라, 소비자가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 콘텐츠로 가공되고,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유튜브나 SNS 숏폼에서 바이럴이 되는 ‘보는 가곡’, 디지털 음원 시장과 공연 티켓의 연계, 해외 온라인 쇼케이스 등을 통해 우리는 ‘부를 곡이 없다’는 말 대신 ‘부르고 싶은 곡이 넘친다’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작곡가는 콘텐츠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저작권 수익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성악가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닌 창작 파트너로 성장해야 한다. 곡을 함께 띄우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형 성악가’가 필요하다. 자신의 기술과 시간, 무대를 투자해 신곡에 참여하고, 마케팅과 콘텐츠 확산에도 일정 역할을 감당하며, 그 결과물이 명곡으로 인정받을 때 수익과 명예를 함께 나누는 구조로 가야 한다. 이는 단지 이상적인 모델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현실적 전략이다. 박지성급 실력을 갖춘 성악가들이 더 이상 벤치에 앉아 과거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대에서 현재와 미래를 열어가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전환점이다.
순천에서 오랫동안 한국가곡예술마을로 가곡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장은훈 대표는 오랫동안 가곡을 가르치고 작곡도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좋은 곡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지 못한다면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져 있다. 가곡 시장이 성악가들의 생존과 직결돠는 만큼 소탐대실의 일회성 개런티 문제를 떠나 가곡사 운동에 동참하면서 선배 성악가, 스타 성악가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K-Classic Masterpiece Song Festival은 시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산업형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할 때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가곡이 다시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성악가가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길. 그 길의 시작에 우리가 서 있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은, 그 첫 걸음을 내딛는 발화점이 될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사명감과 성악가의 순수 열정이 결합되어야 하는 이유다. 가곡사에 새 지평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