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의 명곡을 찾아서] 무지개, 그 아날로그 감성의 귀환 ( 임준희 작곡 차길진 작시)

  • 등록 2025.06.20 13: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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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그 사람은 오늘도 안녕 하신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인간의 소통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졌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다. 그중에서도 편지는 가장 오래되고도 깊은 소통의 방식 중 하나다. 먼 길을 돌아 전해지는 한 장의 종이, 눌러쓴 글씨,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사람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인연을 이어왔다. 황진이의 서찰을 전하던 전령,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절절한 교감, 우체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그리움의 통로까지. 우리는 편지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이를 배워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카카오톡,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소통의 시대에 편지는 점점 고전이 되어버렸다. 속도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깊이보다는 즉각성을, 성찰보다는 반응을 앞세운다. 그럴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긴 편지 한 장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펜팔을 하던 중장년과 노년 세대에겐 추억이요, 오늘의 청년들에겐 낯설지만 따뜻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정서의 회복이다.

차길진 시, 임준희 곡의 <무지개>는 그런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비가 그친 후,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며 사랑하는 이의 안부를 묻는 이 노래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선 서정적 위로를 품고 있다. ‘잘 지내고 있는지, 그 시간은 나를 잊지 않았는지’라는 질문은 그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는 것이다.


무지개는 한 순간의 기적 같은 자연의 선물이다. 그리고 그 무지개 아래에서 나직이 불리는 이 노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잊혀진 정서를 다시 꺼내어놓는다. 편지처럼, 느리지만 깊은 소통.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위안이 아닐까.

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너무 오래 외면해왔을 뿐이다. 그리고 노래는 그 편지의 또 다른 형식이다. <무지개>를 듣는 시간, 그 순간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안부로 다가간다면, 그 노래는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지금  이 노래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닌가.

 

                   테너 이영화 

                    작곡가 임준희 

                    바리톤 하현주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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