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 운수 좋은 날' 탁계석 대본

  • 등록 2025.05.10 10: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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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시대 배경 서민의 생활고에 리얼리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김첨지의 귀환, 침묵, 그리고 만가

 

무대 중앙: 흐릿한 전등이 켜진 어두운 반지하방
구석엔 이불이 덮인 아내의 몸
바닥에 비닐로 감싼 설렁탕 봉지가 놓여 있음
소리는 정적, 희미한 바람 소리만 감돌며 시작

 

[김첨지 독백 – 불안한 귀환]

 

(김첨지 무대 위로 들어오며)
마누라야…마누라야…
(조용하다. 조명은 차갑고 청회색. 숨죽이는 음악이 깔림)

 

왜 이리 조용한 거야… 내가 왔는데…
운수 좋은 날이라며! 왜 아무 말도 안 해!

 

[김첨지 깐쪼네타 – ‘운수 좋은 날이잖아’]
(느리고 부드러운 음계, 웃음 섞인 울음. 감정이 뒤섞인 말노래)

 

김첨지: 세상에서 돈 많은 김첨지가 왔네~
오늘은 재수 대박, 돈이 펑펑 들어왔지
설렁탕 한 그릇쯤은, 가볍게 사올 수 있는 날
그래서 왔어, 마누라야~
내가 사왔단 말야… 설렁탕, 설렁탕을…!
(봉지를 들어 보이며)

 

후루룩 설렁탕~
자네 먹고 싶다 노래하던 그 설렁탕!
(웃다가 울고, 울다 웃음. 실성 직전)

 

[김첨지–실성 / 아내에게 다가간다]

 

김첨지: 자, 일어나게나… 자… 일어나라고…
이 설렁탕 먹고 싶다며…
(조심히 덮은 이불을 젖히며 몸을 흔든다)

 

(침묵, 아무 반응 없음)
하하하… 하하하하하…
(울음을 억누르다 실소와 함께 무너진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덮은 아내의 몸에 파묻는다)
(무대 전체 정적 속에 아이의 울음소리 삽입– 멀리서 흐릿하게 들림)

 

[합창–아내의 죽음 (輓歌]

(조선 후기 굿·장례 민요에서 착안한 구조, 레퀴엠과 타령이 오가며 전개)

[느리고 비통한 도입 – 죽음의 선언]

 

합창: 가네, 가네, 떠나가네

황천길로 떠나가네

배가 고파 죽었다네

김첨지네 마누라

배가 고파 죽었다네…

 

[중간– 타령조 빠른 템포로 전환]

 

먹고 싶은 설렁탕

이승에선 못 먹고

먹고 싶은 설렁탕

저승에선 먹을까?

 

구만리 황천길

허기진 배 움켜쥐고

어이 가나, 어이 가나

배고파 눈도 못 감네

 

[오브리가토 – 간주 및 독창 간섭]

(첼로와 대금 혹은 클라리넷이 독립선율로 오르내림)

(김첨지의 흐느낌이 악기 사이에 섞여 짧게 흘러나올 수 있음)

[다시 느리게 – 회한의 메김과 답창]

 

합창 (메김): 말도 마라, 말도 마라

배고픈 설움, 말도 마라

 

합창 (받아치며): 그 설움 누가 알까

남의 뱃속 누가 알까

쓰린 속, 꽉 막힌 하늘

누가 열어 줄까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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