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의 기록, 채록 사업이 중요하다

  • 등록 2025.04.27 09:45:15
크게보기

기록되지 않는 삶이란 공허하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나덕성(첼리스트) 전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과 함께 

 

날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행위들은 기록되지 않는다. 호모사피언스 이래 인류가 살아온 광대한 역사의 시간을 거쳐 왔지만, 수만 년을 지나면서 모든 것들은 풀처럼,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화가는 그림으로, 작곡가는 명곡으로, 작가는 문학으로 자신을 영원히 남기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연주가는 레코딩의 기술을 통해서, 오늘날엔 동영상으로 남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과연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란 무엇이며, 또 얼마나 될까? "기록되지 않은 삶은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 이 말처럼, 한 사람의 생이 마감되면 그 기록을 어디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고, 또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묘비나 납골당이 있긴하지만 개인의 경우 한 세대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

 

대한민국 예술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채록하는 사업을 지속해 왔다. 이는 예술가의 최종적 평가와 정리가 채록 대상자 선정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만, 공공 영역에서 채록되는 숫자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시대를 담아내는 자료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흘러가는 순간을 붙들어야 시대를 읽을 수 있다." — 이렇듯 채록사업은 단순한 자료 보존을 넘어, 역사를 해석하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채록 그 자체가 예술가에게는 최고의 가치이자 영광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기록에 대한 인식이 낮다. 음악 박물관 하나 변변히 없고, 개인 자료관조차 체계적으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채록 구술 사업의 중요성을 예술계부터가  인식해야 한다. 기록되지 않는 역사, 남지 않는 역사는 결국 존재의 이유마저 사라지게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따라서 비평가에 의한, 전문 기록자에 의한 채록 기록 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개인 예술가들의 자료 보존, 기념관 사업 역시 이제는 하나의 관광문화 산업이자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기록과 보존을 통해 자국의 문화사(文化史)를 풍성하게 가꾸어 왔다. "기록은 시대를 넘어 기억을 잇는 다리다." — 우리는 이 가치를 새겨야 한다.

 

시대를 정리하고 흐름을 읽게 해주는 자료로서 기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채록사업의 중요성과 방법론이 더욱 개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한 개인의 추억을 넘어, 한 사회의 문화적 기억을 완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가곡학회 회장 오숙자 작곡가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한국피아노 학회 장혜원 이사장

탁계석 회장 기자 musictak@hanmail.net
Copyright @K-News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서초구 매헌로14길 21 등록번호 : | 등록일 : | 발행인 : 탁계석 | 편집장 : 김은정 | 이메일 : musictak@daum.net Copyright @K-News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