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근의 연주평] 2025 교향악 축제 창원 시립 교향악단 4월 1일 (지휘: 김건, 피아노 문지영)

  • 등록 2025.04.05 18: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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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 왼손을 위한 협주곡 / Shostakovich : 교향곡 no. 10

K-Classic News 문일근 평론가 |

 

 

 

해마다 4월의 음악계는 잔인한 달이 아닌 교향악 축제를 기다리는 달이 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나라 음악 문화의 척도를 가름하는 오케스트라축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올해는 어떤 지휘자가 한국 오케스트라 문화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 인가는 음악을 사랑하는 모두의 흥미를 유발할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오프닝 콘서트는 창원 시립 향이 열었다.

 

지휘자 김건이 이끌어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이 연주되었다. 협주곡 연주자는 문지영이었다. 라벨도 그렇지만 쇼스타코비치도 음악 미의 성격적인 요소에선 강하고 이기적인 의지를 지닌 작곡가들이다. 그렇다면 지휘자 김건이 그 성격적인 요소를 오케스트라로 어떻게 드러낼까는 집중된 관심이다. 항상 그렇듯이 이럴 때 기대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김건의 라벨은 솔리스트를 위한 반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유럽도 그렇지만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반주의 오케스트라는 앙상블 질감을 지닌 음악 미가 아니라 앙상블 구성체에 머무르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그러나 교향악 축제를 통해 본 우리 입장에서 이런 문제는 창원 시향의 음악 미의 시간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결과론적인 점에서 보면 쇼스타코비치 3 악장이후 나타난 세련되고 유려하며 작곡가의 잠재된 내적 정서에까지 접근된 연습 결과가 1, 2악장에서 바로 드러나지 않은 한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주를 통해 나타난 현상으로 보면 이들의 연습은 파트 연습에서 전체 연습으로 해나갔을 것으로 보여진다. 즉 1, 2악장에서 나타난 파트간 앙상블 구도가 개성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현상이 3악장 중간이후 전체적 음색으로 어우러지면서 세련된 미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앙상블 구조 현상이 맞다면 라벨에서 지휘자의 배턴이 고도화한 집중력만 강화됐어도 쇼스트코비치의 시작에서 바로 세련된 음악미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라벨의 협주곡은 전쟁에서 오른팔의 기능을 잃은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의뢰로 이루어졌다. 본인도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라벨은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지만 작품에선 그 약점이 가능한 한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작곡가들의 연습곡등에서, 오른손에 비해 약 할수 밖에 없는 왼손 극복을 위해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점은 바로 톤의 명료와 음악 시간의 유기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 문지영 접근은 톤 명료성의 강조에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접근이 맞지만 자칫 톤의 유기성보다는 개성에 머무를 수 있는 약점이 있고, 단 악장인 앞부분은 다소 그런 면이 드러났다. 그것은 문지영의 특성으로 보여지는 작품에 대한 자신감에 비해 일순 아쉬운 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카덴자를 전후한 부분에서는 톤의 음악적 유기성이 음악 시간을 이끌면서 작곡가의 의도에 잘 부합하는 연주를 했다.

 

지휘자 김건과 창원 시향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3, 4악장에서 보여준 음악미는 김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이미 창원 시향을 충분히 콘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고 얼마나 어떻게 활용해서 음악 미를 빛나게 할지 내년 교향악 축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문일근 평론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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