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K클래식 회장 |
누군가 노래를 가슴에 흐르는 강물이라고 했다. 일상의 숨 가쁘고 고단한 삶에서, 가곡의 선율이 강물처럼 흘러간다면, 답답함이나 외로움도 씻을 수 있다. '황홀한 외출'이라니! 그렇다. 초록의 청춘을 지나고, 풍요의 가을을 지나, 그리고 흰 눈이 내리는 벌판에서, 그 황홀의 승화감을 맛볼수 있다니! 인생,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땀흘려 준비하지 않은 이들이나 미처 경험의 수련 과정을 겪지 않았다면 누릴 수 없는 보물을 쥔 것이다.
혹자는 많은 땅을 가진 것을 내세우고, 쌓아둔 금고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노래' 만큼 좋은 친구도, 노래처럼 가슴 설레이게 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이 작은 공간 무대 하나가 나를 살아 있는 '동사'로 만들어 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일 것이다.
'사랑과 평화'의 주제도 너무 좋다. 이 영원한 테마가 어디 또 있을까? 한때 가곡이 위기라고 걱정을 많이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동호인 성악의 활발한 무대로 이제는 독일,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등의 가곡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고 말았다. 우리 가곡이 들불처럼, 들꽃처럼 확산되는 상황 반전의 주역이 바로 동호인 성악이다.
바야흐로 K 콘텐츠 시대, 우리 말, 모국어를 통해 우리 정서에 공감하면서 이를 지켜 보는 더 많은 생활인들에게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니,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런 행위다. 오랫동안 우리 가곡을 발전시켜온 시인과 작곡가들의 열정으로 지역마다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나 안타깝고 풀어야 할 숙제는 학교에서의 음악 시간, 가창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다. 설상가상 요즘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너무 떨어져 우리말을 이해 못하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시발점'을 욕으로 안다거나 , 금일을 금요일로 받아 들인다니, 외국인도 아닌데, 우리 말과 글이 상처를 받고 있는 세태다. 이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때 일수록 가곡의 보급을 통해서 우리 정서의 소중함과 낭만과 추억을 다음 세대에 까지 이어져야 한다.
청소년 중에 가곡을 잘 부르는 이가 있다면 특별 무대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에 외국인 100만 시대이니 우리 가곡을 부르는 푸른 눈의 동호인 성악가도 한 분쯤 있으면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기후 위기의 여파가 아니더라도 사회, 정치적으로 극심한 혼돈을 맞고 있는 때다. 이번 가곡 발표가 소나기 후의 무지개 처럼, 바라보는 관객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질이 아닌 정신을 존중하는 신상류층으로 사는 이들의 흥취가 충분히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