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는 에드바르드 뭉크의 포응
아주 드물게는 작품이 쓰여지고 초연도 하지 못한 채 묻혀버리는 경우가 있다. '입맞춤'이란 곡이 그랬다. 얼마 전 임준희 작곡가로부터 카톡으로 유튜브 영상을 받아 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됐다. 작곡가도 우연히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2008년에 작곡된 것이다.
16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작곡가와는 2012년 칸타타 '한강', 2013년 '송 오브 아리랑'으로 우리 음악사에 칸타타의 흐름을 만들었는데 이같은 대형 작품이 나오기 전의 초기에 만들어진 몇 개의 가곡에 속한다. 당시 임 작곡가와의 가곡 중에는 별지기, 천년 애가 등이 있다.
꽃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듯, 바람이 꽃잎에 설레이듯, 달콤한 사랑의 입맞춤, 황홀한 사랑의 입맞춤, 물결이 햇빛에 찰랑거리듯, 별들이 달빛에 춤추듯이, 달콤한 사랑의 입맞춤, 황홀한 사랑의 입맞춤, 사랑스러운 그대, 그대 입술에 나의 사랑 전하고 싶어, 가슴속 깊이 간직한 사랑을 그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처럼 감각적인 시어로 된 곡을 썼으나 곡이 나온 후 이내 잊혀져 버리고 아마도 다른 큰 작업들이 많았던 것 같다. 누구도 부르지 않았는데, 2년 전에 세일 가곡이 매달하는 발표에서 테너 이영화와 소프라노 오은경이 불러서 이렇게 영상을 보면서 감회를 느낀다.
모두가 알다시피 입맞춤은 이탈리아 작곡가 아르디티의 'IL Bacio' 가 있고 '눈' 작곡가 김효근의 입맞춤 곡이 있다. 늦게 발견된 이 입맞춤이 오늘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잘 살아 남아서 널리 확산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임작곡가는 결혼식같은 데서 불렀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나 역시 깊숙한 장롱속에 감추어진 적금 통장을 발견한 듯 기쁘다. 남녀의 뜨거운 사랑에 힘입어 저작권에 불똥이 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ㅎㅎ
오늘날 청춘세대는 일자리 때문에 매우 힘들다. 그래서 결혼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이지 않은가. 달콤한 사랑을 잃어가는 세태에, 이 노래가 설레임과 사랑의 기운을 더하고, 영원히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촉매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달 예술의 전당 전시를 보면서 뭉크의 한 컷을 찍어 두었는데, 절절한 사랑에 슬픔이 잔뜩 베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