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원종섭 문화심리학 기자 |
수평적 적대감 Horizontal Hostility
왜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미울까
유난히 미운 사람이 있다.
왠지 모르게 불편하거나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그런 사람,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얄밉고 싫다.
나 자신도 이상하다고 생각할 만큼 말이다.
어떤 사람을 이유 없이 미워하는 진짜 이유는?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적으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수평적 적대감이다.
Coy 내숭
겉으로는 순해 보이나 속으로는
엉큼한 사람, 내숭쟁이 Sneaky이다
내숭쟁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더욱 불편함을 느끼는 상대는 누구일까?
내숭과는 거리가 먼 시원시원한 성격의 사람일까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일까
내숭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리 환대받지 못하지만
그들 역시 대체로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내숭쟁이들을 불편해 한다.
바로 ‘수평적 적대감horizontal hostility’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서로 비슷할 수록
사소한 차이를 용납하지 못하고
적대감을 품는 현상을 말하는
행동심리학 용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매우 비슷한 사람들 간에 이질감이나 적대감이
형성되는 이유는, 바로 아주 사소한 차이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한 타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주디스 화이트 JudithWhite와 그녀의 연구팀은
2006년에 실험을 하나 진행했다.
이들은 우선 완전 채식주의자로서
달걀, 유제품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 vegan’ 집단과
일반적인 채식주의자로서
채식 위주 식단을 즐기지만 자신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식품은 받아들이는
‘베지테리언vegetarian’ 집단을 꾸렸다.
그리고 서로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식생활을 고집하는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서로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러자
비건 집단이 베지테리언 집단에 대해 갖는
적대감은 베지테리언 집단이 비건 집단에
대해 갖는 적대감보다 세 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것으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가졌지만
철저하게 그것을 지키지 않는 상대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즉, 철저한 내숭쟁이는
자신과 다른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의 사람보다
적당히 내숭 떠는 사람을 탐탁지 않게 여기거나
거슬려 할 확률이 훨씬 높다.
혹시 주위에 왠지 모르게 불편하거나
보기만 해도 괜히 짜증나는 사람은 없는가?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면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끼리는 서로 어중간하게 비슷한 만큼
사소한 차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사소한 차이로
상대가 이득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질투심을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자각하고 싶지 않으므로
상대에게 적대감을 품거나 상대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분을 속이려 든다.
수평적 적대감에는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세상에 태어나면 살아가는
내내 자신다움을 찾고 싶어 하며
그것을 갈고닦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답기 위해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켜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런 만큼 자신과 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규칙 속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한층 더 민감히 반응하게 된다.
그런 상대를 마주하면 어쩐지
자신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혐오감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유 없이 미운 사람은
나와 닮은 사람일 수도 있다
매파와 비둘기파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지녔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타협적으로
그 가치나 철학을 지키는 쪽인 비둘기파를
그렇지 않은 매파일 때 훨씬 더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철저한 환경주의자가 다소 엉뚱하게도
그린피스를 미워한다는 내용을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시아파와 수니파
같은 아랍권이지만 강경한 시아파가
주축인 이란이 온건한 수니파를 기반으로 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상대적으로
더 강한 적대감을 표하는 것 역시
일맥상통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경향성이
상대방 쪽과 우리 쪽을 다 합쳐도
결국 전체 사회에서는 소수집단이거나
특별한 그룹일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가 아닐수록
자기 신념과 가치를 지키는 데 훨씬 충실하고
이는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한다.
이유도 없이 미운 그에게 '내'가 있다
닮고 싶거나, 혹은 버리고싶던 '내모습'
사소한 차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내 마음
수평적 적대감과 혐오에서 벗어납시다
이 변덕스러운 세상에서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 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 위의 인문학자 , 대중예술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