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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리뷰] 프랑스, 도시 쉘부르에서 열린 한국 음악과 춤의 한 판

„조용한 아침 나라의 멜로디“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팡파레 독도]를 연주하고 [아리랑]을 부른 프랑스 음악 애호가들

L´orchestre de Cherbourg-en-Cotentin, Chorale Harmonia  

[봉산탈춤]을 춘 밀레 고등학교 연극반 학생들

Lycée Millet, élèves de seconde, option théâtre 

 

 

에두아르 마네 (Édouard Manet 1832-1883)와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1840-1926)가    화폭에 담기도 한 도시 파리의 생 라자르 역은 파리 북역, 파리 리옹역 다음으로 붐비는 철도역이다. 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약 3시 15분 올라가면 쉘부르 앙 코탕틴 (Cherbourg-en-Cotentin)에 위치한 항구 도시 쉘부르 (Cherbourg)에 도착한다.

 

조금은 생소한 도시일 수 있다. 그러나 카트린 드뇌브 (Catherine Deneuve)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쉘부르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rboutg)의 무대라고 말하면 „아하“라고 대부분 반응한다. 이곳은 프랑스의 중요한 해군 군사 도시이며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화가 밀레(Millet 1814-1875)가 쉘부르 근교에서 (Gréville-Hague) 태어나 이 도시에서 내내 그림을 그렸으며, 타이타닉 호의 첫 번째 경유지였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수 세기 동안 논쟁을 벌였던 전략적 위치의 이 도시는 프랑스 해군의 무기고를 보유하고 1944년 노르망디 침공 당시 미국의 주요 목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20세기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이론가, 기호학자였던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1915-1980)의 고향이기도 하다.

 

 

 

 Linda Garrison, 르 트라이던트(Le Trident) 쉘부르(Cherbourg) 극장

 

 

도시 한 복판에 위치한 쉘부르(Cherbourg) 극장은 1882년 1월 28일에 개장한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식 극장이다. 극장은 U 또는 타원형이며 여러 개의 나무 갤러리가 내려다 보이는 무대가 있고 호화로운 장식으로 „황금의 극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 주변에는 샹들리에가 있는 샤토 광장과 1895년에 만들어진 모첼 분수(Fountain Mouchel)가 서 있다. 도시 쉘부르(Cherbourg)와 옥테빌(Octeville)이 합병한 후, 쉘부르 극장은 뷔트 극장(theatre de la Butte)과 복스(Vox)와 연합하여 새로운 구조를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금가루가 떨어질 것 같은 방들과 장식들 사이에 한복 입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보인다. 오늘 이 도시의 프로그램은 한국이다. 극장 밖에는 12월의  한창인 크리스마스 시장 한판이 벌여 있고, 극장 안은 형형색색 한국 음악의 한판이 벌어졌다.
 


Léo Casartelli-CasArtProd, 노상풍류, 이비아, 노유경, 컨퍼런스가 끝나고 나서 

 

12월 10일 쉘부르 Paul Eluard 홀에서 한국 전통음악에 관한 컨퍼런스가 주최되었다. 독일 쾰른 대학에서 온 글쓴이는 (노유경) „한국 전통음악의 이해“ 라는 제목으로 전반적인 한국 음악의 맥락을 짚었다. 한국에서 온 노상풍류 4인조가 합류되어 한국 전통 악기에 관한 궁금증을 즉석에서 해결했다. 대금 박노상, 피리 이현아, 거문고 조유임, 장구 나혜경은 정악과 민속악의 구분을 연주로 알려주고 한국 음악의 리듬을 „흥“과 함께 연주했다.

 

 

Léo Casartelli-CasArtProd

 

장구 나혜경의 반주와 함께 봉산 탈춤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한국의 탈춤은 지난달 11월 30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우리나라는 22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좋은 일을 기원하며 굿을 하듯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 프랑스 학생들과 학생을 지도한 이비아는 봉산 탈을 쓰고 액을 막았다. 쉘부르시 정부에서 지원하고 쉘부르 시립 윈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한국 음악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된 곡들은 모두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유튜브를 들으면서 선곡한 곡이라고 한다. 이문석 작곡가와 서순정 작곡가의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Léo Casartelli-CasArtProd

 

특히 관악 편곡자로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윈드 오케스트라 곡을 주로 작곡하는 이문석 작곡가의 곡을 쉘부르 시립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부분 선곡하였다. „위대한 세종대왕“과 „팡파레 독도“는 과거의 시간과 현재를 넘나들며 관악기의 호흡을 노상풍류와 동행했다. 대금, 피리, 태평소, 거문고와 장고는 서양 관악기의 빈틈을 채웠다. 노상풍류의 공감시나위 단독 공연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서양의 현악 콰르텟이 이렇게 풍부한 볼륨을 선사할 수 있을까? 노상풍류 4인조는 마치 „한국인의 혼과 얼은 이것입니다“ 라고 연사를 외치듯 소리를 터치했고, 프랑스인으로 꽉 찬 쉘부르 극장은 진동했다.

 

 Léo Casartelli-CasArtProd, 노상풍류와 쉘부르 시립 윈드 오케스트라

 

마지막으로 아르모니아 합창단 (Chorale HARMONIA)의 아리랑과 보리밭의 완벽한 딕션과 그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정서를 언급하고 싶다. 50명의 단원으로 이루어진 아르모니아 합창단은 프로 합창단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 어르신으로 결성된 음악애호가 합창단이다.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로 아리랑과 보리밭은 노래할 때 관객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Léo Casartelli-CasArtProd, 아르모니아 합창단 

 

150년 전통을 가진 쉘부르 시립오케스트라 단원인 한국인 이비아의 기획과 진행으로 노르망디 끝에 붙은 이 도시에서 한국 음악을 체험하게 되었다. 공연과 함께한 파리 한인회 송안식 회장 내외, 교육원 박소연 서기관, 김지윤, 사무총장 오현아와 쉘부르 시장 등 많은 응원과 협조로 쉘부르의 한국의 밤은 둥근 달과 함께 동쪽으로 기울었다.

 

이비아, 노유경, 송안식내외, 오현아, 노상풍류 (대금 박노상, 피리 이현아, 거문고 조유임, 장구 나혜경), 박소연,김지윤,택성연

 

글: 노유경 (음악학박사), 쾰른대, 아헨대 강의, 독일 쾰른 거주: Ynhovon@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