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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리뷰] '놀면 뭐하니?' 원로교향악단을 보고 떠오르는 단상

원숙한 화음으로 세상의 힘을 주는 존재가 될수도~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한 때의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이다. ‘노는 것’이 즐거울 수 있지만 계속 놀면 무료해진다. 아니 답답해지고 우울증에도 빠진다.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이 있지만 대게는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거나 외롭다. 그래서 노년으로 갈수록 노는 문제가 중요하다. 어떻게 여생을 재밌게 놀까?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가장 큰 문제가 ‘고독’이다. 오죽했으면 고독사(死)가 질병보다 더 무섭다 했겠는가. 

 

10일 오후 5시, 원로교향악단 연주회를 압구정동 장천홀에서 보았다. 유럽이라면 당연히 현직에 있을 대부분의 주자(奏者)들이 공무원법을 따라야 하는 대한민국이기에 혼자가 되버렸다. KBS, 서울시향, 지방의 악단에서 악장이나 수석을 한 분들이다.   그 각자들이 지금은 뭘하는지 알지 못한다.  코로나로 소통도 없었다.  그러다 모처럼 다시 놀던 물에 몸을 풍덩  담근 연주가의 모습은 활기가 넘쳤고 그렇게 행복해 보일수가 없었다. 

 

음악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순 없을까? 

 

너무 연주가 많아 습관적으로 활을 그었던 전성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이 짜릿한 흥분은 뭔가? 연애 시절로 돌아간 듯해 순간을 잃지 않고 싶었다. 아, 이대로 좀 더 놀면 안될까요. 더 해 주세요....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행정을 좀 아는 입장에선 과제를 끌어안은 기분이다. 먹고 살만한 단원들만 모아서 오브리  얼마 주냐고 묻지 않는 이들이 인생을 즐기면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은 훨씬 멋지지 않겠는가. 어릴 때야 원초적 본능으로 자기 것으로 끌어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살만큼 산 사람은 푸는 것이 훨씬 즐겁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기업들도 어떻게 푸느냐로 평가를 받는 시대다. 이처럼  뭔가를 깨들은 이들로,  원숙한 인생들을 모아서 하면 되겠구나. 물론 처음엔 쉽지 않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오랫동안 직업이 된 개런티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그 좋은 능력이 잔돈 몇 푼에 사장(死藏)되는 것의 인생의 손익대차 대조표를 생각해 보셨는가?  개인은 악기를 보유한 체 새 장안에 갇힌 새처럼 고독하다. 물론 전국 곳곳에 이와 달리 사회 봉사형 오케스트라를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이것 저것 다해보고, 혼자서 실컷 놀아도 보고, 그래서 나온 결론이 집에 있는 것 보다는 오케스트라 하는게 백번 즐겁다는 철이 든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임동창의 ‘바람결 오케스트라’ 역시 그런  구성이라고 한다. 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하고 새는 나뭇가지를 타고 다닐 때 행복하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현재 오케스트라의 몇 백배의 자원이 함몰되는 심각성을 음악인들은 잘 알고 있다. 이걸 정부나 기금 지원기괸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햇볕을 보지 못한 체 소멸되고 있는  콩쿠르의 영광을 어찌할 것인가.

 

스님에게 물었다. 만약 돈이 많이 생긴다면 어떤 사람에게 주고 싶으신지요? (1) 가난한 사람? (2) 병들어 아픈 사람? 그랬더니 스님은 곧 득도(得道)할 사람이라 답했다 한다. 놀면 뭐하니?

 

인생은 외길이어서 유턴이 안되는데, 자존심이란 말뚝만 박아 놓고 거기에 매여 고독하게 살 것인가. 언제나 선택은 당신이고 선택은 자유다. 원로교향악단은 그러기엔 너무 젊다. 실제 뒷풀이에서 만난 여성 단원들은 시절이 좋은 탓인지 세월을 잊은 나이의 얼굴이 깜짝 놀라게 했다. 원로 교향악단을 청춘교향악단으로 개명(改名)해야 하는 것일까.  그 능력을 살리는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오늘의 우리 앞의 당면한 과제다

 

원숙함을 통해 진정한 화합의 모습이 뭔지를 보여 주는 것, 원로 교향악단의 존재감이다. 단원들의 표정에서 아, 계속하고 싶어~필자는 그 소리 없는 욕망을 읽었고 청중도 그걸 보았다. 앙코르에 묻어난 박수가 그것이다. 

 

Orchestra Member

지휘 서현석. 음악감독 전용수. 운영위원 전용수, 박인수, 박무일, 박광서, 유현아. 기획 한다우리. 

 

악장: 박인수, 유현아

Violin I 피호영, 김창균, 박종홍, 이창훈, 민정규, 최인철, 이영애, 문석호, 유리아, 이주연

IViolin 2 김연일, 이경자, 채은주, 노명희, 김진숙, 김미경, 김영아, 김혜민

Viola 조상운, 이영수, 신정문, 이미자, 홍영금, 이석호

Cello 박무일, 최영란, 김영숙, 박경숙, 차은미, 김경석 

 

C.Bass 신광윤, 안동혁, 전양미, 박준건

Flute 이승호, 박소영 Oboe 김선연, 김수금, 김학영 Clarinet 박인수, 신현각 Bassoon노석만, 김현주

Horn 김한아, 이현주, 노소영, 전우정 Trumpet 이지화, 박석철 Trombone 유전식, 장현배 BassTrom

 

bone 박종세 Tuba 유경석 Timpani 박광서, 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