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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西河) 오늘의 시] 아버지

K-Classic News 서하 |

 

 

 

아버지

                         

                              서하(西河)

잔잔한 들꽃이 새겨진 편지지에

가슴에 꾸깃이 담아둔 그리움 적어본다.

안부인사 몇자 쓰고나니

이내 기억 저편 너머

옛생각은 바로 오늘이 되어

스쳐지나간다...

미소띤 여운 조차 남기지않고....

정작  받아줄 이 없는 나의 꽃편지.

한쪽 구석이 왠지모를 시린 이 가을

노란 은행잎 수북히 쌓여진 빨간 우편함

그 앞에 홀로 서있다.

 

그리움의 편지 보내지 마라

 ...그리하지는 마세요.

가을이라는 이 계절...

답장없는 붉은 우체통에 보낸 꽃편지엔

한자 한자 써내려간

눈물로 얼룩진 그리운 추억이예요.

애뜻하게 사랑하는 이 맘을 담아 

글자글자마다 

잠시나마 행복을 남깁니다.

가을이라는 이 시간은 

그리해도 괜찮다 생각해요.

 

한가득 담은 군것질 봉다리 

한손에 들고 

퇴근해 오실 아버지를

늦은 밤 집앞에서 

기다리는 어린 여식이 되어

마냥 기다리기만 해도 좋은....

빨간 우체통은 

초코파이에 새겨진 정(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