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탁계석 오늘의 詩] 흔적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중앙국립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전시회- 바빌로니아에서 제사에 쓰였던 그릇 

 

 

흔적

 

 

몇 번을 까무러치다

모래톱을 벗어나 강뚝에 올랐다

 

여린 물살결의 모래알

바람이 날랐고 세월이 날랐다

 

돌풍의 운명에 이끌려

지상의 발자국이 된다는 것

이건 또 누구의 운명인가?

 

가슴에 흔적이 된다 하여도

어느새 잊힐 생(生) 이란 한 줌의 모래

 

메소포타미아 바빌리 강가의 처녀들

갈색 머리는 반짝이는데

나는 어느 작은 바위에라도 세겨져

햇살 쪼는 새의 먹이가 될 수 있을까?

 

강가 언덕에 오늘도

억겁을 살아 온 바람이 내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