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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만의 만남, 대한제국 애국가 공식 제정 120주년 기념 음악회“의 의미와 작곡가 임준희 „혼불 7“

최초로 독일인이, 최초로 독일에서 우리나라 대한제국 애국가를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사진: 주독일 한국문화원 출처, 대한제국 애국가 1902, 작곡: 프란츠 에케르트 (Franz Eckert 1852-1916)

 

독일 베를린에는 주독일 한국문화원이 (원장: 이봉기) 있다. 한국의 전통 및 현대 문화 예술을 독일 현지에 알리며 한국과 독일 간 상호 소통과 교류의 교량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한국 문화원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에 사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문화에 관하여 목말라하는 우리 같은 이들에게 시원한 약수 같은 프로그램이 한국문화원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창작 음악 페스티벌 등 행정 지원 시스템 총괄을 하시는 이정일 실장은 본인이 오랫동안 계획한 음악회에 관하여 말씀하신다. 음악회는 "120년 만의 만남, 대한제국 애국가 공식 제정 120주년 기념 음악회“의 제목을 가지고 2022년 7월 1일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와 7월 2일 할레, 헨델 할레 콘서트홀에서 개최되었다.  

 

 

„무슨 애국가를 말하는 거야? 우리나라 애국가? 애국가가 또 있었어?“ 이 물음은 필자가 나에게 하는 물음이었다. 나와 같은 질문과 의아심을 가지고 이번 공연을 방문한 이가 아마 분명히 있을 듯하다. 상투를 자르고 단발령을 재개하고 관리들에게 양복을 입도록 지시한 고종은 대한제국 초대 황제다.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왕은 황제로 변혁과 시대의 둥갑이 비일비재 일어났던 격동기에 황제는 개명된 대한제국을 노래하는 애국가를 위촉 (명령)했다. 애국가는 전통음악으로 작곡되지 않았다. 애국가도 새롭게 변혁했다.

 

2022 7월 1일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Kammersymponie Berlin und Berliner Singakademie

 

베를린 한복판 자다르멘 마르크트 광장 중앙에 위치한 콘체르트 하우스의 입장 전에 팜플릿이라고 하기엔 좀 두꺼운 작은 책자를 받았다. 책자 안에는 대한 제국 국가를 설명한 민경찬 교수의 글이 빼곡하게 한국어와 독일어로 적혀있었다. 입장하는 청중들이 자세히 읽어보길 필자는 간절히 원했다.

 

박정희 정권에 학생이었던 기성세대들은 얼마나 자주 애국가를 불렀고 또 들었는지 알고 있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면 대한 뉴스가 나왔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은 매주 월요일 아침 운동장 조회 시간에 애국가를 불렀다. 지금에야 올림픽 금메달 수여식에 듣는 애국가가 어찌 보면 다행스럽게 전부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제국 애국가에 살갑게 접근하는 연령층은 기성세대 같았다. 오케스트라 젊은 연주자들보다 오랫동안 밖에서 살고 있는 교민 어르신들에게 더욱더 가깝게 다가갔던 120년을 오가는 시간 여행이었다. 최초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되는 시간이었다. 이런 연주회는 최초로 개최되었고, 최초로 독일인이, 최초로 독일에서 우리나라 대한제국 애국가를 불렀다.

 

2022년 7월 1일 „120년 만의 만남, 대한제국 애국가 공식 제정 120주년 기념 음악회“의 의미와 작곡가 임준희 „혼불 7“

 

주독일 한국문화원 (원장: 이봉기, 문화사업팀장: 이정일 )은 이 공연을 위하여 4년간 준비했다고 한다. 어른 합창단은 (Berliner Singakademie) 베를린 공연에서 그리고 어린이 합창단은 (Der Stadtsingechor zu Halle) 할레 공연에서 대한제국 애국가를 불렀다. 다시 말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우리 나라 애국가를 불렀다. 대한 제국 동시대에 살던 우리 나라 동포 모두 이 애국가를 듣거나, 직접 부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양복과 상투 자르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일반 국민들은 양악으로 연주되는 애국가를  설령 들었어도, 같이 부르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애국가는 8년 동안, 즉 일제 점령기 도래 전까지 통용되었었다.

 

2022. 7월 2일 이거희, 노유경, 탁계석, 이봉기, 임준희, 최정원: 할레 헨델 동상앞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1900년, 양악대 창설을 공포하고 고종은 독일인 프란츠 에케르트 (Franz Eckert 1852-1916)에게 애국가를 위촉했다. 19세기 말 조선은 봉건 사회 질서가 와해 되기 시작하면서 대변혁은 국외의 물결과 함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네덜란드, 러시아 그리고 한성전기회사의 전기공급을 개시했던 미국까지 서양 문명의 유입이 이미 직면 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고종은 독일인 프란츠 에케르트를 (Franz Eckert 1852-1916) 특별히 지명했다. 음악을 바탕으로 한 한국과 독일의 예술적 교감이 이렇게 일찍부터 이루어졌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에케르트는 (Franz Eckert) 음악의 나라인 독일의 왕실 악장이었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한반도와 일본에서 활동했으며, 대한제국이 조선과 다름을 증명하는 서양식으로 최초로 제정된 음악을 작곡했다.

 

2022. 7월 2일 할레 콘서트홀, Kammersymponie Berlin und Der Stadtsingechor zu Halle

 

1902년 7월 1일 대한제국 애국가가 독일인 에케르트에 의해 완성되었고, 120년이 지난 현재 2022년 같은 날, 7월 1일 그 대한제국 애국가가 베를린 한복판에서 울려 퍼졌다. 우연 같은 필연일 지도 모른다. 애국가 가사에 나오는 상제란 하느님을 뜻하며, 자주독립 국가라는 의미와 자주독립 환영에 대한 제국의 권위를 이 노래로 인하여 전 세계에 알려지길 원했다. 120년 전 노래 같지 않고 낯설지 않은 멜로디이다. 윤치호가 올드랭 사인에 노래를 붙여 불렀던 애국가나 200편이 넘는 독립군 애국가의 전신인 것이다. 베를린과 할레의 공연장에서 이틀간 연주되던 대한제국 애국가는 합창단의 연령대가 각각 달랐기 때문인지, 한국어와 독일어 가사가 서로 다른 색채로 전달되었다. 폭넓은 소리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경험한다. 독일인이 작곡한 우리나라 애국가를 독일인들이 독일에서 연주하는 마술적인 120년 시간 여행을 경험했다.   

 

2022.7월 1일 ,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혼불7, 대금 이아람 

 

 

작곡가 임준희의 작품 7번째 „혼불“은 2022년 7월 1일 베를린 콘서트 하우스에서 세계 초연했다. „120년 만의 만남, 대한제국 애국가 공식 제정 120주년 기념 음악회“의 오프닝으로 „혼불“이 밝혀졌다. „혼불“이라는 제목을 살펴본다. „혼“도 „불“도 센 단어 같다. „혼이 나간다. 영혼이 사라진다“ 처럼 혼에 관한 단어들은 모호하고 경이롭다. 불 또한 만만치 않은 단어다. 5원소에 나왔던 물, 불, 흙, 바람, 그리고 불, 불은 빛이고 열이며 인류와 불과의 관계는 문명이고 전쟁이고 에너지이다.

 

2022.7월 1일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임준희 작곡가, KBS인터뷰 중 

 

„그날 밤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덩어리를 보았다. 안채 쪽으로 솟아오른 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그러나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른빛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청암 부인의 혼불이었다. (혼불, 3권 107쪽) “ 전라남북도에서 쓰이는 사투리 혼불은 소설가 최명희의 작품으로 인해 국어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단어이다.

 

2003년 세계 여성 음악회 작품 위촉으로서 전통문화에 담긴 한국인의 삶과 얼을 선율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곡가 임준희는 2002년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운명처럼 만난다. 임준희 작곡가는 최명희가 17년 동안 집필한 소설 „혼불“을 통하여 치열한 예술혼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임준희 작곡가는 작가 최명희 보다 더 오래 동안 혼불과 숨 쉬고 있다. 이번 베를린에서 초연을 선보인 작품 혼불은 혼불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이다. 강모와 효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기다림이 만든 소리를 표현했던 혼불 첫 작품 „인성과 가야금과 국악 관현악을 위한 혼불-백초를 다 심어도“ 는 이미 19년 전에 작곡되었다.  

 

1.혼불 1- 백초를 다 심어도

2.혼불2- 나의 넋이 너에게 물어

3.혼불3- 가도 가도 내 못 가는 길

4.혼불4- 단 한순간만이라도

5.혼불5- 시김

6.혼불 6- 무 (무속 무)

7.혼불 7- 조우(만남, encounter)

 

가야금과 해금을 솔로로 지명했던 혼불 시리즈 여섯 작품과는 달리, „혼불 7“은 대금이 합류했다. 만남이란 홀로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연히 만나는 것, 운명처럼 만나는 것을 조우라고 한다. 쪼개진 대나무를 비유하여 조우 작품 속의 대금 연주에 혼불을 입양했다. 대금 연주가 이아람 교수는 죽을 통한 세 번의 바람 소리로 작품을 열었다. 대금은 주로 타악기와 합쳐지거나 헤어질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타악기와 대금의 조합은 역동적인 터치로 산수화를 그렸다. 이아람은 신과 사람 사이에서 중보적인 역할을 하는 제사장처럼 삶과 죽음 앞에 생성된 정령의 불을 염원하고 속죄제 번제를 드렸다. 대금 속에서 밖으로 퍼지는 공기는 콘서트홀 전체를 호흡했다. 작은 구멍 몇 개로 나라의 국난이 진정된다는 만파식적의 삼국유사가 청중들의 일기처럼 느껴진다.

 

2022.7월 2일 할레 콘서트홀, 혼불7, 대금 이아람과 Kammersymponie Berlin

 

만파식적과 유사하게 재앙을 물리쳤던 피리가 독일 동화에도 있다. 그림 형제의 „하멜른의 쥐잡이“ 또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다. 재앙과 역병을 음악으로 물리친다는 동서양의 설화나 동화는 어찌 보면 인간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음악이라고 증명하는 것이다. 밝고, 맑고, 아름답고, 길고, 청청하게 뽑아서 뻗는 높은 소리의 멜로디를 청성곡이라 하는데 특정 음을 길게 늘려서 뻗어나가는 이아람의 대나무 소리는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어서 자연의 일부로 회귀하는 울음 같다. 대숲에서 나는 바람 소리, 일어나는 바람에 귀가 젖어 그 소리만으로도 날씨를 분별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자잘하고 맑은소리, 타지에서 불어와 지나가는 낯선 소리, 한숨 소리, 별의 무리가 우수수 대밭에 떨어지는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비상과 함께 대나무가 쪼개진다. 유난히 크고 뚜렷한 혼불이 푸른 불덩어리가 되어 날아간 뒤, 청중은 감동하고 기뻐했다. 임준희의 조우와 120년 뒤 독일에서 연주된 대한 제국 애국가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진정한 근원을 복원하는 대한민국 생명체 정신을 시리도록 강렬하게 염원했다. 세대, 역사, 현재, 과거, 대화, 만남, 시도, 동일, 전율, 자부, 감동 이런 키워드가 박수에서 뿜어졌다.

 

글: 음악평론가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쾰른 대학교, 아헨 대학교 출강, 독일 쾰른 거주 ynhovon1@uni-koeln.de 

 

*본 기사는 굿스테이지 제공으로 공유합니다.  

http://www.goodstage.com/m2022/08/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