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월간리뷰] 삼일절 같은 국경일에는 민족 자긍심 담은 칸타타를

국경일이면 전국 공연장마다 우리 음악 울려 퍼져야

K-Classic News  김종섭 기자 |

 

Logo

삼일절 같은 국경일에는 민족 자긍심 담은 칸타타를

 

 

우리 음악 우리 칸타타 특집

삼일절 같은 국경일에는 우리 서사 음악을
‘민족 자긍심 담은 창작 칸타타가 답’

국경일이면 전국 공연장마다 우리 음악 울려 퍼져야

 

양치기였던 ‘엘제아르 부피에’가 누런 황무지에 매일 도토리 100개씩을 심어나갔다. 도토리나무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1차 세계대전의 폭격 속에서도 부피에의 숲은 도토리나무는 물론 밤나무, 단풍나무 등 수백 종의 나무로 가득 찬 ‘환상의 숲’으로 천지를 덮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의 이야기다.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환상의 숲’은 부피에가 심은 도토리 100개로부터 비롯되었다. 칸타타는 바흐시대나 존재했던 철지난 음악장르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김성태 장일남 등을 거쳐 이건용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칸타타라는 장르를 개척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칸타타의 맥은 점차 시들었다. 


다행히 지난 10여년 전부터 임준희 작곡 탁계석 대본의 칸타타 ‘한강’이 공연되면서 잠들었던 칸타타의 유전자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고 특히 탁계석 대본을 토대로 우효원 오병히 작곡가들이 곡을 쓰면서 ‘달의 춤’ ‘조국의 혼’ ‘코리아환타지’ ‘훈민정음’ 등 새로운 작품들이 속속 탄생, 청중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엘제아르 부피에의 도토리처럼, 칸타타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잎이 피고 가지가 성장할 때 그 가지를 잘 일으켜 세워야 진정한 ‘칸타타의 숲’을 이룰 수 있다.

 

지난 3월 1일 오전 11시 군자동 미건테이블에서 삼일절 특집으로, 우리 음악, 우리 칸타타를 새롭게 정립하자는 취지 아래 한국창작칸타타위원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탁계석, 이병직, 백경화, 김삼곤, 김종섭 등 간담회 참석

 

탁계석: 우리나라 칸타타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나 몇 년간 선대들의 칸타타를 이어받지 못했던게 사실입니다. 다행히 최근 십수년간 칸타타가 작곡되어 최근에는 활발하게 무대화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지휘자 이병직 선생님이 계십니다. 이병직 선생님의 칸타타 지휘 경험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이병직: 저는 90년대 중반부터 칸타타를 시작했습니.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세종 찬가’죠. 구희서 작시 이병욱 작곡의 작품입니다. 그 이후 장수동 대본 김대성 작곡의 ‘실크로드’, 문병란 작가 김성훈 작곡 작품으로 5. 18의 아픔을 역사적으로 그려낸 ‘빛고을’을 2010년 광주에서 공연했습니다.


일제부터 현대까지를 그린 박지훈의 ‘조국이여’이외에도 ‘송 오브 아리랑’, ‘한강’, ‘독도환타지’ 등도 공연했고요. 이런 작품들의 세계 곳곳에서 연주된다면 한국 동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감동을 줄 것입니다. 그래서 아리랑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아리랑 코러스’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탁계석: 백경화 선생님은 오랜 기간 국립합창단에서 활동하면서 칸타타 작품을 접해보고 또 여러 지휘자 해석도 보셨을 텐데요. 외국연주 경험도 많고요. 칸타타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리라 봅니다.

 

백경화: 칸타타는 바흐가 교회 예배음악으로 쓰기 위해 작곡했던 장르로 출발했지요. 이후 베토벤이나 다른 작곡가들은 특정한 메시지를 담기 위해 작곡했고요. 예컨대 베토벤의 초기 칸타타는 나폴레옹이 유럽을 철권통치하려는 권력화를 비판하는 특별한 내용을 담기도 했습니다.

 

국내 칸타타는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를 알리는 내용들이 많은데요. 당진시립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할 때 탁계석 대본 오병희 작곡의 ‘동방의 빛’을 공연하면서 크게 감동 받았습니다. 국립합창단에 재직했을 때도 칸타타 작품, 특히 우리 문화와 지역 내용을 담은 곡들은 그때마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24절기로 칸타타에 열정적인 김삼곤 작곡가의 비전

 

탁계석: 전주를 중심으로 비발디 ‘사계’처럼 한국의 ‘24절기’를 칸타타로 창작한 분이 계십니다.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김삼곤의 ‘독도 칸타타’를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의 칸타타 작품을 설명해주시죠.

 

김삼곤: 칸타타를 많이 쓴 편입니다. 2000년도 ‘전라도 아리랑’ ‘새만금 환상곡’ ‘들꽃’ 광주를 담은 ‘빛빛빛 빛이 들어왔네’ ‘순간의 꿈’ 이런 곡들 작곡했는데 2003년에는 안태복 시인의 24절기를 가사로 한 ‘24절기 칸타타’를 작곡했습니다.

 

베토벤 모차르트도 비엔나의 민속적인 요소들을 많이 이용해서 작곡했는데 우리도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녹여넣어 작곡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주는 전통과 현대가 가장 이상적으로 녹아있는 지역입니다. 음식도 비빔밥 문화가 발달했고요. 그 비빔밥처럼 융합 칸타타를 작곡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24절기는 솔리스트는 5명으로 구성했습니다. 남성 성악가는 3명, 여성은 2명인데 그중 남성은 벨칸토 테너와 바리톤과 함께 판소리명창(고상덕)으로 돼 있고요. 여성도 판소리꾼과 크로스음악 전문 가수가 함께 합니다. 모든 음악장르를 아우른 개념으로 만들었죠.

 

탁계석: 우리 것에는 ‘맛’ 이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80년대, 90년대 연인과 즐겨찾던 돈까스집, 스파게티집, 피자집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게 동경이었어요. 그런데 시대에는 트렌드가 있죠. 김종섭 발행인의 글을 읽으면 ‘우리 맛’이 녹아 있어요. 문장이 길기도 하지만 그 맛을 아는 분들은 그것을 읽지 않으면 안되는 매력을 느낍니다. 그게 바로 캐릭터입니다.

 

시가 아무리 짧아도 읽지 않는 사람은 절대 안 읽거든요. 칸타타도 길지만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연주하는 분들도 ‘왜 이렇게 길지’ 하고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년음악회 등 기념음악회를 보면 대부분 ‘모듬’음악회입니다. 그것도 맛없는 모듬으로 묶여있어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칸타타 대작을 올리려면, 걸림돌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왜 이렇게 한 시간 넘는 것을 하느냐, 짧게 하라 등 요구가 많습니다. 김종섭 발행인이 칸타타와 문학을 비교해서 말씀하면 어떨까요?

 

김종섭: 음악과 글쓰기는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죠. 글은 묵독(默讀)이든 음독(音讀)이든 읽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나 재미있게 읽게 하려면 어떤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저로서는 어떤 글이든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꼭 담아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어릴 때, 청소년 때, 직장생활, 일상에서 부딪히는 일 등 사소한 것까지도 넣은 후 객관적인 사실을 런칭하면 글이 재미있습니다.

 

아까 스파게티 말씀하셨는데 결국 한국인은 김치찌개를 먹어야 하는 것처럼 반드시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넣어야 합니다. 제 글을 분석하면 나의 이야기 1/3, 그리고 객관적인 사실 1/3, 결론 1/3 등으로 전개하는 패턴입니다.

 

칸타타를 지루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오페라는 보통 두세 시간 걸리기 때문에 성격 급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장르죠. 하지만 그 오페라가 감동적이고 재미있으면 세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오페라에 비하면 칸타타는 한 시간 남짓으로 상당히 짧은 편이죠. 그 칸타타 내에 기승전결이 다 들어있습니다. 칸타타가 어떤 서술 구조를 갖고 있는지 제대로 본다면 오페라 세 시간 짜리보다 훨씬 압축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긴 이야기를 원치 않아요. 긴 서술보다는 내용만을 담은 문장을 좋아하는 편 아닌가요? ‘합창’이 중심인 칸타타는 결국 시(詩)를 가사로 하기 때문에, 핵심을 담은데다 전개도 빠르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하나의 장르로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등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케스트라, 솔로, 국악, 여창, 판소리,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요소를 섞은 장르이기에 어쩌면 우리 민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가 아닌가 합니다.

 

이병직 지휘자의 한강 칸타타 당시 공연에 감동

 

탁계석: 막연하게 칸타타가 길다,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김 발행인이 유연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병직 선생님은 칸타타를 지휘할 때 청중, 연주자, 합창단 등 반응을 다면적으로 느끼셨을 텐데요. ‘한강 칸타타’를 공연하셨을 때의 상황을 듣고 싶습니다.

 

이병직: 칸타타는 굉장히 방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준비가 어려웠습니다. 국악, 창, 양악 등 모든 장르의 협업이 필요하고 시간도 길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연주하기에는 어려운 장르죠. 그래서 아마추어들이 전체를 연주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래서 한강의 핵심 부분, 연결 부분들만 정리해서 뽑았습니다. 한 시간 짜리로 압축한 것이죠. 그러자 지루할 것 같은 작품이 익사이팅한 템포감을 갖게 되었죠.

 

칸타타는 지휘자와 연주자의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작곡가는 본인의 머릿속 음악을 쉽게 지우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자기도 모르는 지루함이 그 속에 들어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지휘자와 작곡가의 협업이 중요하고, 관객의 입장, 성악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즐겁고 흥미롭게 칸타타를 연결할 수 있는지 고민도 많이 해야 합니다.

 

여기에 단원들과도 대화하니까 단원들도 금새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그래야만 단원들이 관객들을 데리고 옵니다. ‘한강’을 공연할 당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전당이 만석이었습니다. 대부분 티켓을 구입해서 오셨습니다. 관객들이 티켓 구입을 자랑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단원들이 공감하는 공연이야말로 마켓팅의 주요 원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작곡가와의 협업, 그리고 작품에 대한 단원들의 긍지가 칸타타 성공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탁계석: 백 선생님은 피아노도 연주하고 지휘도 했기 때문에 칸타타를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병직 선생님은 ‘자기 감동’이 없는 상품은 팔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교회에 비유하자면 본인이 신앙적이지 않은데 남에게 전도가 되겠냐, 이런 얘기죠. 오라토리오 등 많은 공연을 경험하셨을 텐데 그중 칸타타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백경화: 예전에는 칸타타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국립합창단에서 27년 재직 동안 상임반주자, 상임부지휘자로 활동할 때는 오케스트라 협업시에 저는 객석에서 청중입장으로 들을 수 있었고, 또한 당진시립합창단 지휘자로 있을때는 칸타타연습이 여러면에서 얼마나 다양한 준비가 필요한지 잘 알게 되었지요.

 

나영수감독님은 한국음악을 많이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분입니다. 제주를 비롯, 각 지역마다 특별한 내용을 담은 곡을 의뢰하여 연주하기도 했고, 국립극장시절부터 칸타타스타일의 다양한 작품을 올리셨습니다. 한국적인 내용으로 공연하는 것에 상당한 관심이 많았거든요. 내용도 빨리 전달되고, 그동안 몰랐던 전설이나 토속적인 철학까지도 파악할 수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은 정기연주회 보다는 기획연주회로 분류되곤 했습니다.


사실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는 고객입장에서 보면 약간의 무게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국립합창단은 문광부 예산으로 연중 한두번의 해외연주를 할수 있는데, 덕분에 외국공연에서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작품들을 단품으로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전체를 우리음악만으로 공연한 적은 없었던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창작곡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당시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어떻게하면 효시인 국립합창단이 '한국의 형님' 같은 합창단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우리 음악을 더 많이 작곡하여 널리 알리는 음악회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또한 차세대 지휘자도 많이 양성해야 하고요. 다행히 최근에는. 그런 내용을 담은 칸타타가 많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꿈은 이뤄지는 법이죠.

 

오페라 축제도 하루 아침에 꽃피지 않아, 칸타타도 끈기가 중요

 

탁계석: 그렇군요. 나영수 선생님 당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한류 시대로서 우리 작품이 세계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한국소극장오페축제도 고생을 많이 하던 끝에 지난해부터 시스템이 정착되었듯이, 칸타타도 페스티벌 형식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김종섭 발행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종섭: 끈기 있는 자가 결국 성공하죠. 원래 인생의 법칙이 다 그렇고요. 장미의 종류는 2만 5천 개에 달합니다. 지금도 매년 200종씩 개발되고 있습니다. 장미의 종류는 저절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 개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한 두 가지 개발하다 그칠 줄 알았지만, 무려 2만 5천 가지나 되었습니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무려 19년 동안의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성공입니다. 19년 동안 박수길 선생님, 장수동 감독님과 같은 수많은 분들이 피땀 흘려 일궈온 것이지요.

 

그런 끈기와 인내가 있었기에 예술의전당이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 함께 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도 1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페스티벌들에 대해 국가에서 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느냐 하는 원망만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자비를 털어서라도 19년, 13년을 끌어왔습니다. 그 안에 비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칸타타도 분명 비전이 있다고 봅니다. 그 비전을 깨우쳐 주기 위해 계속 공연을 해야 하고요.

 

영화 ‘파어웨이’(Far Away)에서 톰 크루즈가 황무지에 깃발을 세우자 자기 땅이 되는 것처럼, 칸타타도 누군가가 깃발을 내걸고 ‘야, 칸타타 이거 굉장히 좋은 거니까 우리 영역으로 만들자’ 하는 캠페인을 펼쳐야 합니다. 그게 바로 ‘한국창작칸타타위원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2022년 3.1절 기념식 행사를 지켜보다가 ‘대니 보이’를 듣고 좀 놀랐습니다. 독립운동과 관련한 음악도 많은데 굳이 대니 보이를 연주해야 할까,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그 곡에는 없는데도 굳이 기념식장에서 그 연주를 해야 할까요?

 

최소한 국경일에는 민족 정기를 기리는 우리 서사 내용의 음악작품을 노래하거나 연주해야 합니다. 특히 칸타타는 서사적인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역사적 진실과 기념비적인 내용을 얼마든지 담을 수 있습니다. 칸타타를 최소한 국경일에라도 매년 연주한다면 칸타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교향시 ‘핀란디아’나 ‘카르미나 부라나’만 좋은 게 아니고 우리 정신을 표현한 교성곡, 즉 칸타타가 이렇게 좋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그 내용을 금세 이해할 수 있고요.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오케스트라보다 가사가 있는 칸타타가 훨씬 감동적인 음악으로 와닿을 겁니다.
‘우리음악모국어법’이란 어려운 게 아니라 최소한 국경일 기념일이라도 그 내용이 우리 것을 담은 우리 음악을 연주하자는 뜻입니다. 일종의 쿼터제입니다.

 

국경일에 연주할 우리 음악도 많아

 

탁계석: 국경일이 제정했을 때는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영원히 잊지 말자는 뜻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너무 일을 많이 하다 보니까 ‘빨간날’을 노는 날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진입했습니다. 광복절 한글날 등 이런 메모리얼 데이는 후대들이 왜 이날이 존재했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주가 돼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전주지역은 그런 기념 축제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낄 것 같습니다.

 

김삼곤: 전주는 전통과 현대가 가장 이상적으로 공존하는 고장입니다. 외국인들이 봤을 때 가장 한국적인 곳입니다. 전통가옥, 전통문화, 전통음식뿐만 아니라 우리 음악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작품 중 ‘산조’도 있는데 외국 연주자들이 참 좋아하거든요. 우리들은 이미 익숙해있기 때문에 잘 알 수 없지만, 외국 사람들, 외국 연주자들은 한국적인 것에 매력을 느낍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칸타타를 자주 공연한다면 외국인들에게도 크게 어필될 것입니다.

 

탁계석: 그러면 지방에서 칸타타 공연을 할 때 결국 예산이 문제가 됩니다. 작곡가와 지휘자가 강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데 그게 힘든 일이죠. 이병직 지휘자는 여러 합창단에서 활동해보셨기 때문에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병직: 네, 작품은 하고 싶지만 예산이 없어 제대로 공연을 못하는 분들의 애환이 보통이 아닙니다. 축소 또 축소해도 공연하기가 참 어려우니까요.

 

우리나라는 창작 작품 지원은 있지만 첫 번째 공연만 지원합니다. 이 작품이 알려지려면 여러 번 공연해야 하는데 두 번째 이후부터는 지원이 끊기거든요. 아마추어 합창단도 공연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작곡가에게 지불할 돈이 없어 아주 힘들어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니까 단원들은 궁여지책으로 십시일반으로 예산을 부담해 그 작품을 연주하곤 합니다.

 

여하튼 작품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지원금이 꼭 필요합니다. 또 1차 지원금을 받기도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솔직히 저는 지원금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연주했습니다.

 

예산을 좀 더 수월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면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연주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 방법을 가르쳐주었으면 합니다.(웃음)

 

탁계석: 한국창작칸타위원회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창작품은 출산만 있고 육아는 없습니다. 출산만 해놓는다고 알아서 성장하는 게 아닙니다. K클래식조직위원회에서도 작품이 꾸준히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백경화 선생님은 당진시립합창단에서 칸타타도 하셨는데 앞으로 계속 지휘를 하실텐데, 합창단을 어떻게 훈련시켜 칸타타를 올리실 생각이신지요?

 

백경화: 각 도시마다 프로 합창단이 많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죠. 제 생각에는 프로 합창단의 단원으로 입단하는 분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합창단은 합창을 상품화하는 단체입니다.
우리나라 성악계가 세계 콩쿠르를 석권하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그걸 목적으로 입단하는 분은 마인드 자체가 다른 것이죠. 솔로가 아니라 합창을 통해서 상품화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진 분들이 중요합니다.

 

칸타타는 합창이 중요합니다. 자기만의 목소리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원이 아니라 함께하는 음악적인 잠재력, 그 능력이 존재하는지를 테스트해서 선발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신입단원으로 입단하면서부터 연주기여도가 높은 단원들이 우수한 단원이라는것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후 경력이 쌓이면서 고참이 될수록 전문적인 합창단원의 잠재력이 생겨나는데,
목소리퀄리티가 저하된다고 하여 연주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입단부터 합창에 적합한 단원을 선발해야 효율적인 연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토, 칸타타 보급에 박차 가할 때

 

탁계석: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데 오늘이 한국칸타타 발전의 첫 걸음입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앞으로 간담회 시리즈는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이런 대화 내용들이 자료로 쌓여서 데이터가 되면 정책화되고, 정책화가 되면 예산이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예술모국어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거기서는 예술 예산이 따르게 됩니다. 그러면 국경일에 외국작품만 무턱대고 공연하던 관성과 습관에서 벗어나 우리 모든 합창단들이 우리 작품을 공연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곳곳 100여 국가에 산재해 있는 해외 동포들에게 아리랑 코러스와 같은 칸타타를 들려줄 수 있을 겁니다. 그 믿음이 우리 이병직 선생님 생전에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또 백경화 선생님의 칸타타를 향한 프로 합창단 탄생도 이루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김상곤 선생님의 수많은 칸타타 작품들이 전주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무대화될 것입니다. 김종섭 발행인께서는 앞으로 칸타타를 위한 작시에도 뛰어들면 좋은 작품에 일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이 작은 출발이 주춧돌이 되어 역사적인 그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3, 1 절  칸타타 달의 춤에서 '깃발' 우효원 작곡  포항시립합창단 지휘 장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