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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오늘의 시] 우주목宇宙木, 송광사 비사리구시                       

K-Classic News  관리자 기자 |

 

 


우주목宇宙木, 송광사 비사리구시
                         석연경

큰 느티나무가 있었지
태양이자 바람이며 구름이던 느티나무
눈부신 초록 그늘이며
넓은 등이었지

느티나무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어
순풍과 비나 눈보라도
어느 날은 뛰어내리는 빛의 칼날 
벼락을 받아들었어
느티나무는 벼락의 마음이 되었다가
천둥보다 큰 소리로 쓰러졌지

느티나무라는 마음을 내려놓았어

느티나무는 누운 채
오랜 시간 말아 쥐며
부피를 늘여 왔던
나이테를 지웠지
느티나무였던 시간의 속을 비워내고
맑은 향기 사천 명 밥을 품고
큰 나무그릇 구시가 되었지

송광사 승보전 옆에 가보라
심우도 아래서
소를 찾고 소를 버리고
그저 밥이 되었던
비사리구시가 있으니

자세히 보면 알게 되리라
잎을 달고 일렁이는 느티나무 안에
가부좌한 거대한 보리수
우주목 한 그루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